‘푸틴 뜨면’ 잔디 깐다?…러시아서 ‘포템킨 잔디’ 논란

디지털뉴스팀 박용하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지역을 순회할 때마다 등장하는 ‘의문의 잔디’에 러시아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17일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네티즌들은 이 잔디에 ‘포템킨 잔디’란 이름을 붙이며 공무원들의 전시행정을 비판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 북서부의 도시 프스코프에서는 푸틴 총리의 방문이 결정된 뒤 대대적인 환경 미화 작업이 벌어졌다. 도시 당국에서는 거리의 쓰레기통을 새 것으로 바꾸고 가로등을 색칠했으며 새 잔디를 깔았다. 독특하게도 이같은 환경 미화 작업은 특별한 비용이 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깔아놓았던 잔디밭은 푸틴이 방문한 뒤 통째로 다시 사라졌다. 한 지역주민이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도 이같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현지 네티즌들은 “이 잔디는 아마 모스크바로부터 푸친의 전용기를 통해 운반되고 있는 특별한 잔디일 것”이라며 이를 ‘포템킨 잔디’라 부르고 있다.

포템킨 잔디란 이름은 18세기 재정 러시아 황제 예카테리나 2세(1729~1796)의 궁정 대신 그레고리 포템킨의 ‘포템킨 마을’ 일화에서 따왔다. 당시 포템킨은 러시아에 새로 합병된 지역인 ‘뉴러시아’의 지사직을 맡고 있었는데 그는 이 지역을 풍요롭게 탈바꿈시켜 황제의 환심을 사고자 했다.

1787년 황제가 드네프르강을 여행하며 뉴러시아를 순시하게 되자 포템킨은 두꺼운 종이에 마을의 전체 풍경을 그려놓은 뒤 황제가 볼 수 있도록 강둑에 세웠다. 그리고 황제가 지나가면 이 ‘가짜마을 풍경’을 강 하류로 다시 가져가 세워놓는 식으로 여제의 눈을 속여 뉴러시아의 빈곤을 감췄다.

실제 포템킨이 이같은 행각을 벌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일화는 공무원들이 중앙의 고위급 인사들에게 호감을 얻고자 전시행정을 벌인 대표적인 사례로 지칭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최근 니주니노브고로드주에서 열린 EU-러시아 서밋에서도 지나친 도시 치장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언론에서는 이를 비판하며 ‘포템킨 마을’ 일화를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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