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의 눈물… 영국, 한 태아만 살리는 ‘선택적 낙태’ 늘어 논란

심혜리 기자

배 속 쌍둥이 중 한 태아를 낙태하고 나머지 한 명만 낳는 ‘선택적 낙태(selective reduction)’가 영국에서 번지고 있다. 시험관아기 시술이 늘면서 전보다 쌍둥이가 많아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1970년대 시험관아기를 탄생시켰던 영국에서 전개되는 음울한 풍속도가 인간의 생명윤리를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을 제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텔레그래프는 29일 지난 몇 년간 쌍둥이나 세쌍둥이를 임신한 부부 가운데 나머지 태아를 제거하고 한 아이만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보건부 통계에 따르면 2006년에 선택적 낙태를 한 산모는 59명이었지만 지난해 85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선택적으로 ‘학살’된 태아는 총 101명이었다. 선택적 낙태를 한 산모 85명 가운데 51명은 쌍둥이 중 한 명을, 20명은 세쌍둥이 중 한 명을 낙태했다. 9명은 세쌍둥이 중 두 명을 지웠다.

선택적 낙태가 증가한 이유로 신문은 전반적인 불임의 증가로 시험관아기 시술이 늘면서 쌍둥이가 많아진 것을 들었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수정란 여러 개를 자궁 내에 주입하기 때문에 쌍둥이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영국 보건부는 선택적 낙태의 4분의 3가량이 의학적인 필요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태아가 쌍둥이일 경우 기형이나 조산의 위험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쌍둥이 태아들은 시력 및 심장 손상 등 선천적 결함이 나타날 가능성이 두 배 더 높으며 뇌성마비 및 뇌손상을 입을 가능성도 4~6배가량 더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 부모들은 “아이 1명 이상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선택적 낙태를 고려하고 있다.

신문은 선택적 낙태가 최근 영국의 시험관아기 시술과 낙태에 대한 논란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글라스고 인공수정센터의 리처드 플레밍 교수는 “최근 늘어난 불임 치료와 선택적 낙태 간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다”며 “쌍둥이 임신이 산모와 아이 모두에게 더 위험한 것은 사실이지만 매우 민감한 문제”라고 말했다. 크리스천 메디컬 펠로십의 최고책임자인 피터 손더스 박사는 “만약 한 명 이상의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다면 수정란을 한 번에 한 개씩만 주입해야 한다”며 “부모의 편의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보다 더 우선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불임 여성들은 임신 확률을 최대로 높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여전히 여러 개의 수정란을 주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신문은 전했다. 영국 인공수정배아관리국은 1990년 인공수정 1회에 수정란 3개를 초과해 주입하지 말 것을 권고해 왔으나 최근 1개로 줄였다.

영국은 1978년 세계 최초로 시험관아기 루이스 브라운을 탄생시켜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400만명 이상의 시험관아기가 태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연 나라다. 그만큼 생명윤리 논란의 복판에 서 있었다. 지난 7월에는 2만5000파운드(약 4300만원) 상당의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로또상품을 등장시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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