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에서 섹스 치료사로 변신…왜?읽음

박효재 기자

수녀에서 섹스 치료사로 변신한 여성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프랜 피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16일 피셔가 그의 책 ‘하나님의 이름으로 왜’가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성학대와 갖가지 억압적인 성행태를 고발하고 진정한 성적 해방을 다뤘다고 소개했다.

프랜 피셔는 18살 때 영국 더비셔에 있는 수도원에 들어가 2년 후 학업을 위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뒤 피셔는 광고를 통해 섹스 치료사 교육과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바로 등록했다. 그는 이때부터 신세계가 열렸다고 고백했다.

피셔는 40대가 되어서야 카톨릭의 교육방식과 수녀 경험이 얼마나 그의 성본능에 해가 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날 강사가 수강생들에게 각자의 자위경험을 이야기하자고 했을 때 그걸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그때까지도 자신이 수녀같은 사고방식과 생활에 갇혀있음을 깨달았다. 수녀로서의 과거 삶이 결혼 이후 드러난 많은 문제들의 원인이라는 것도 알았다고 피셔는 말했다. 그는 “나는 모든 것에 소유권을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심지어 내 몸조차도 말이다”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1968년 당시 수녀였을 때의 프랜 피셔.

1968년 당시 수녀였을 때의 프랜 피셔.

피셔는 책 속에서 인터뷰한 다른 수녀 경험이 있는 여성들의 입을 빌려 수도원의 성학대와 불평등한 남녀관계를 폭로했다. 증언을 한 여성들은 성당 안에서 성학대가 있는 걸 알면서도 거의 대부분의 수녀들은 내부고발자가 되길 꺼려한다고 전했다. 한 여성은 “당신이 수녀가 되면 상황 판단에 대한 능력은 없어진다”고 했다. 수도원에서 복종이란 앞서나가지 않고 남성 성직자같은 권위있는 사람에게 의문을 품지 않는 것이란 설명이 이어졌다.

성관계를 더럽고 천한 것으로 여기게 하는 분위기도 문제로 지적됐다. 피셔는 카톨릭 신자인 그의 어머니가 섹스는 위험하고 더럽고 천하고 난잡한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피셔는 14살 때 삽입 없이 애무만 하는 성관계 뒤 임신을 하지않을까 걱정했다. 그의 어머니는 피셔의 불안감을 증폭시켜 이후로는 남자와 성관계를 갖지 못하도록 했다.

피셔는 그러나 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주입은 일시적일 뿐 성에 대한 관심은 억누를 수 없다고 말했다. 18살에 수도원을 들어간 피셔의 성적 관심은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났다. 피셔는 그럴수록 불행해졌고 체중이 줄어만 갔다. 그는 결국 어느 주말에 수도원을 나왔다.

모든 수녀들이 피셔처럼 성적 욕망을 억누르지는 않았다. 책 속 증언자들은 많은 수녀들이 성에 눈뜨는 시기가 있으며 몇몇은 실제 성관계를 맺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성관계의 상대자는 남자 성직자는 물론 일반인에서 같은 수녀까지 다양하다고 전했다.

피셔의 책에는 뒤늦게 성에 눈뜬 이들의 생생한 증언들이 담겨있다. 한 52세 여성은 50세때 처음으로 성관계를 맺었다. 이후 성관계 상대방과 첫 세 달동안 매일밤 섹스를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남자에게 “이날이 오기를 반세기동안 기다렸어요. 조용히 하고 어서 누워요”라고 말했다.

피셔는 이제 다른 여성들처럼 일반적인 성관계를 맺고 있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들을 가족에서 떼내어 수도원에 집어넣는 것은 여전히 반대한다. 피셔는 “여전히 젊은 여성들이 섹스와 성교육에 대한 까다로운 질문들로부터 피신처를 제공하는 수도원에 보내지고, 성에 대한 경험을 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그건 삶으로부터 도피다. 성당은 그런 일이 벌어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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