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112년 전 나미비아 학살 ‘공식 사과’

김상범 기자

독일이 112년 전 아프리카 남부 나미비아에서 저지른 인종학살을 공식 사과하기로 했다. 1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외교부는 “독일이 나미비아에서 저지른 역사적 사건에 대한 사과를 담아 나미비아 정부와 올해 말까지 공동선언문을 완성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1884년부터 1915년까지 나미비아를 식민 통치했다. 원주민인 헤레로족은 독일인들이 땅과 가축을 빼앗아 가자 1904년 봉기를 일으켜 독일인 123명을 살해했다. 당시 총독이던 로타르 폰 트로타 장군은 헤레로족 몰살을 지시했다. 헤레로족과 봉기에 동참한 나마족은 수용소에 갇혔고, 1904년부터 1908년까지 약 11만명이 기아와 질병에 쓰러졌다. 1904년 8만명이던 헤레로족은 1908년에는 1만5000명으로 줄었다.

독일은 수용소에서 숨진 이들의 시신을 본국으로 가져가 연구용으로 쓰기까지 했고 2011년에야 유골 20개를 나미비아에 돌려줬다.

독일은 지금까지 헤레로 학살에 대해 공식적인 사죄나 보상을 하지 않았다. 2004년 하이더마리 비쵸레크-조일 경제장관이 학살 100주년 추모식에서 “역사적이고 도덕적인 책임을 인정한다”고 했으나 정부 차원의 사과는 아니었다.

독일 정부는 이 사건이 1951년 인종학살 범죄에 관한 유엔 협약이 발효되기 전에 벌어진 일이라면서 ‘인종학살(제노사이드)’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도 꺼렸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한 태도와는 전혀 딴판이라 독일이 “강자에게만 사죄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달 독일 연방의회가 오스만튀르크의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인종학살’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택하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독일은 나미비아 학살에 대해서나 얘기해 보라”고 비판했다.

독일 정부가 나미비아 정부와의 공동 선언 형태로 사죄를 할 것이긴 하지만 외교부는 “이번 사과가 법적 배상의 근거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독일 정부는 나미비아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독립한 1990년 이래 수억유로에 달하는 원조를 했다며 배상을 거부해 왔다. 이번에도 배상 대신 담수처리 시설 등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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