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4)이 못하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지난 10일(현지시간) 소치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친선시합에 나서 6골·5도움을 기록한 푸틴이 이번에는 피아노를 연주했다.
스푸트니크뉴스 등은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푸틴이 14일 국빈관 댜오위타이(釣魚臺·조어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기다리는 동안 안에 있던 그랜드피아노를 연주했다며 영상과 함께 이날 보도했다. 푸틴은 1950년대 러시아인들이 즐겨 부른 대중가요 ‘저녁의 노래’와 ‘모스크바의 창’ 두 곡을 연주했다. ‘저녁의 노래’는 푸틴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상징하는 노래 중 하나다. 이곳을 연고지로 둔 프로축구팀 제니트 팬들도 응원가로 즐겨 불렀다.
푸틴의 피아노 연주에는 사전 기획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푸틴의 곁에는 카메라맨이 있었고, 러시아 국영 뉴스매체들은 곧바로 푸틴의 연주 동영상을 공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도 신속하게 푸틴의 연주 소식을 기자단에 알렸다.
CNN은 “푸틴이 숨겨진 또 다른 재능을 과시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1999년 집권 이래 줄곧 남성적인 면을 강조했던 푸틴이 부드러운 일면도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기획된 연주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간 푸틴은 웃통을 벗고 말을 타거나, 산소통을 메고 잠수해 고대 유물을 건져올리는 등 남성적이고 활동적인 모습을 주로 선전해왔다. 행글라이더·스키·유도 그리고 아이스하키까지 온갖 스포츠에 참여하고 이를 적극 알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선전 책임자들은 푸틴의 피아노 연주에 썩 유쾌해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푸틴이 시진핑을 제치고 관심을 선점한 탓이다. 중국 언론들도 푸틴의 피아노 연주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반응은 긍정적이다. “푸틴, 잘생겼다”는 여성 네티즌들의 반응이 이어졌고, 장쩌민 전 국가주석 등 과거 중국 지도자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사진도 올라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