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공학 아버지' 앨런 튜링, 50파운드 지폐 얼굴 된다

정원식 기자
'컴퓨터 공학 아버지' 앨런 튜링, 50파운드 지폐 얼굴 된다

‘컴퓨터 공학과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1912~1954)이 영국의 50파운드 지폐의 얼굴로 결정됐다.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BOE) 총재는 15일(현지시간) 맨체스터의 과학산업박물관에서 새 지폐 도안을 발표했다. 카니 총재는 “앨런 튜링은 컴퓨터 공학과 인공지능의 아버지이자 전쟁 영웅으로서 광범위하고 선구적인 업적을 남겼다”면서 “(튜링은) 그의 어깨 위에 많은 사람들이 올라탄 거인이었다”고 밝혔다.

천재 수학자였던 튜링은 알고리즘을 사용해 계산을 수행하는 ‘튜링기계’와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는 ‘튜링테스트’ 개념을 고안해 현대 컴퓨터 공학과 인공지능의 기초를 놓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독일군의 암호 ‘이니그마’를 해독하는 장치를 개발해 연합군의 승전을 앞당긴 전쟁 영웅이기도 하다.

튜링은 빛나는 업적을 남겼지만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 때문에 말년은 불행했다. 1951년 동성애 행위로 체포된 튜링은 화학적 거세형을 받는 등 수난을 겪다가 1954년 41세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잉글랜드의 동성애 처벌법은 1967년에야 폐지됐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2013년 시민들의 청원을 받아들여 튜링을 사면했다. 가디언은 “영국중앙은행의 발표는 튜링의 공적 복권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튜링의 굴곡 많은 생애는 2015년 데이비드 컴버배치 주연의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서 “그의 업적과 영국에 대한 LGBT(성소수자)의 탁월한 기여를 기억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게이 인권단체 ‘스톤월’ 대변인 킴 샌더스는 성명을 내고 “성소수자들이 역사에 남긴 영향을 기억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튜링이 새 50파운드 지폐의 초상인물로 결정된 것은 멋진 일”이라고 밝혔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한 장면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한 장면

영국중앙은행은 초상인물 후보로 영국 역사에 족적을 남긴 1000명의 과학자들을 검토해 12명을 최종 후보로 정했다. 지난해 사망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도 포함됐다. 맨체스터 과학산업박물관은 최종 후보 12명에 대한 전시를 열 계획이다.

영국중앙은행은 새 지폐에는 1951년 촬영된 튜링의 사진과 함께 튜링이 고안한 자동연산장치, 이니그마 해독 장치의 드로잉, 컴퓨터 공학 분야의 선구적 논문으로 알려진 튜링의 1936년 논문에 등장하는 수학공식 등이 인쇄된다고 밝혔다. 새 지폐는 2021년부터 시중에 유통될 예정이다.


Today`s HOT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APC 주변에 모인 이스라엘 군인들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400여년 역사 옛 덴마크 증권거래소 화재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장학금 요구 시위하는 파라과이 학생들 케냐 의료 종사자들의 임금체불 시위 2024 파리 올림픽 D-100 솔로몬제도 총선 실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