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렉시트 거부” 폴란드 시민들 거리로

박하얀 기자

극우 집권당 EU와 대립 속

헌재의 “자국법 우선” 결정에

폴란드 전역서 10만여명 시위

<b>“제2의 영국이 될 수는 없다”</b> 폴란드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폴렉시트(Polexit)를 우려하는 시민들이 10일 밤(현지시간) 휴대폰 플래시를 밝히며 거리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바르샤바 | AP연합뉴스

“제2의 영국이 될 수는 없다” 폴란드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폴렉시트(Polexit)를 우려하는 시민들이 10일 밤(현지시간) 휴대폰 플래시를 밝히며 거리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바르샤바 | AP연합뉴스

극우 정권이 집권한 폴란드가 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폴란드 헌법재판소가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판결을 내리면서 ‘폴렉시트(Polexit·폴란드의 EU 탈퇴)’가 현실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폴란드 시민 10만여명이 10일(현지시간) 거리로 나와 EU 회원국 유지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11일 AFP·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수도 바르샤바에만 총 8만~10만명이 모여 폴란드 국기와 EU 깃발을 흔들고 “우리는 (EU에) 머무른다”는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에 따르면 폴란드 전역 100개 이상 도시와 해외에서도 시위가 이어졌다.

이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폴란드가 영국에 이어 EU에서 탈퇴하는 두 번째 국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지난 7일 EU에 가입했다고 해서 법적 주권을 EU에 넘겨준 것은 아니라면서 폴란드 헌법이 EU법에 우선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사실상 ‘합법적인 폴렉시트’로, 폴란드가 EU를 탈퇴하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시위에 참여한 바르샤바 시민 엘즈비에타 모라우스카(64)는 “우리가 EU를 떠날까봐 두려워서 나왔다”며 “(이 문제는) 특히 손녀(세대)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영국에서 공부하는 학생 알렉산데르 위니아스키(20)는 바르샤바 집회에 나와 “영국은 이제 막 EU를 떠났는데, 폴란드가 지금 떠난다면 이 또한 비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집권당인 ‘법과정의당(PiS)’은 폴란드의 EU 탈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폴란드와 EU가 결별할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극우 정당인 법과정의당은 집권 이래 사법권 독립, 성소수자 인권 등을 놓고 EU와 대립각을 세워 왔다. 특히 집권당이 단행하는 사법부 개혁을 두고 양측 관계의 긴장이 고조됐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이끄는 법과정의당은 2018년부터 법관을 인선할 권한을 지닌 국가사법평의회 위원을 의회가 지명하도록 했다. EU는 사법부의 독립을 위협한다고 비판했고, 유럽사법재판소는 폴란드 정부가 EU법을 위반했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에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상위법이 무엇인지 가려달라며 헌재에 소송을 제기했다.

폴란드 헌재의 결정이 나오자 EU 집행위원회는 “EU법은 헌법 등 개별 국민국가의 법보다 상위법”이라고 밝혔다. 앞서 EU는 이번 판결이 EU의 코로나19 팬데믹 복구 보조금과 폴란드에 제공하는 저리 대출 등에 “(특정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1989년까지 공산주의 통치하에 있었던 폴란드 시민사회에 EU 회원국 지위는 여행의 자유, 극적인 경제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6~7월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 EU를 신뢰하는 폴란드 시민이 자국 정부를 신뢰하는 시민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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