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잠그자…유럽 천연가스값 또 최고치

김유진 기자

야말-유럽 가스관 공급 중단

하루 만에 가격 20%대 폭등

“독일 연결된 노르트스트림2

가동 승인 압박하려는 의도”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야말-유럽 가스관’ 공급을 중단하면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겨울철 유럽의 에너지 대란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럽과의 분쟁 때마다 가스밸브를 잠그는 전술을 써온 러시아는 이번에도 우크라이나 문제, 벨라루스 난민 위기 등을 놓고 유럽연합(EU)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어 유럽 에너지 위기의 장기화 우려까지 제기된다.

유럽 천연가스 시세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TTF의 1월 선물은 21일(현지시간) ㎿h(메가와트시)당 180.34유로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에 비해 22.7%나 오른 수치다. 이날 한때 전날 대비 27% 오른 187.78유로로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또 영국 천연가스 1월 선물도 전날보다 21.8% 오른 섬(1000㎉)당 453펜스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무려 400%나 오른 상태인 유럽 천연가스값이 연말을 앞두고 다시금 폭등한 직접적 원인은 야말-유럽 가스관의 공급 중단 때문이다. 길이 2000여㎞의 야말-유럽 가스관은 러시아에서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까지 이어지는 주요 가스 수송로다. 러시아 가스 국영기업 가스프롬은 지난달부터 이 가스관의 수송량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결국 러시아에서 독일로 가는 가스 공급이 일시 중단됐고 아예 독일에서 폴란드로 공급 방향이 역전됐다.

가스프롬이나 러시아 정부는 유럽 내 구매 수요 감소에 따라 공급량을 줄인 것일 뿐 정치적 목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EU 내에선 러시아가 EU와 독일 당국에 러시아-독일 간 가스관 사업 ‘노르트스트림-2’의 가동 승인을 압박하기 위해 가스 공급을 무기로 삼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9월 완공된 노르트스트림-2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이 가스관 건설에 관여한 러시아 기업들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병력 9만여명을 배치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에너지 수급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서유럽으로 가는 주요 가스관이 소재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침공이 발생할 경우 겨울 이후까지도 가스 공급 상황에 지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유럽 사이 점차 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은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천연가스 가격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유럽은 전체 가스의 약 35%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할 만큼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현재 유럽 각지의 가스프롬 가스 저장고에는 예년 이맘때의 80%보다 적은 60% 정도의 가스만 채워져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가스 공급 중단이 장기화되면 전기 수요가 높아지는 겨울철 가계와 산업의 전기료 부담이 급증하고, 유럽 경제 전반에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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