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원자력' 친환경 분류 후폭풍...갈라진 유럽

김유진 기자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을 ‘친환경’ 투자처로 분류한 유럽연합(EU)의 새 녹색분류체계 초안 공개를 계기로 EU 내 원전 찬반 갈등이 다시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EU 집행위가 새로 마련한 ‘지속가능한 금융 녹색분류체계’ 초안에 대한 EU 27개 회원국의 입장은 원전 찬반 입장에 따라 극명하게 갈라지고 있다.

‘탈원전’을 지향하는 독일,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등은 공개적으로 EU 집행위의 제안에 반기를 들었다. 레오노레 게베슬러 오스트리아 기후행동·환경·에너지부 장관은 “EU의 계획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슈테피 렘케 독일 환경부 장관도 언론 인터뷰에서 “원자력은 대단히 파괴적인 환경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룩셈부르크는 이번 EU 집행위 초안에 반대하는 나라들과의 공동 대응도 시사했다. 클로드 투르메스 룩셈부르크 에너지부 장관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EU 집행위의 분류체계 제안은 절차적으로는 도발이고, 내용적으로는 원자력 기술을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할 위험이 있다”며 “독일, 오스트리아의 환경장관들과 함께 다음 단계 행동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3일부터 올해 EU 순회 의장국을 맡게 된 프랑스는 새 녹색분류체계 초안을 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생산의 3분의2 가량을 원자력에 의존하는 프랑스는 1년 전쯤 EU 집행위가 관련 논의를 시작했을 때부터 원전도 포함할 것을 주장해왔다. 프랑스는 특히 핀란드를 비롯해 폴란드, 체코, 헝가리, 불가리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친원전 국가들을 불러모아 EU 집행위가 원전을 친환경으로 분류하도록 로비를 벌여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이번 EU 집행위 초안에 대해 “프랑스가 승리한 것”으로 평가했다.

현재 EU 내에서 수적으로는 원전 반대국이 열세다. 명시적인 반대 입장을 밝힌 나라는 독일,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덴마크, 포르투갈 등 5개국에 불과하다. 프랑스 주도로 동유럽 등 12개국이 원전을 친환경·전환기 에너지원으로 분류하자고 한 목소리를 낸 것과 비교하면 탈원전 진영의 입지가 크게 밀린다. 여기에 소형원자로에 관심을 돌리고 있는 스웨덴, 천연가스 발전 의존도가 높은 그리스, 몰타, 키프로스 등 남부유럽 국가들까지 포함하면 EU 내 무게추는 프랑스가 이끄는 친원전 진영으로 기울 것으로 보인다. FT는 “원전에 반대하는 EU 회원국들에게 분류체계를 거부할 권한이 없다”며 “EU 의회에서 다수결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외교가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EU 집행위의 이번 초안이 구속력 있는 법률로 확정되까지는 여러 절차가 남아있어 이 과정에서 내용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는 12일까지 회원국과 지속가능 금융 전문가 패널이 의견을 수렴, 이달 중 집행위에서 최종안을 채택한다. 이후 EU 의회가 최소 넉달 간 내용을 검토해 표결에 부친다. 상당 기간 동안 EU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네덜란드 녹색당 출신 바스 아이크후트 EU 의원은 뉴욕타임스에 천연가스를 녹색 투자로 분류하는 것은 “기후 분야에서 보여온 리더십을 통째로 헛수고로 돌리는 일이자 전 세계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바바리아주의 한 원자력 발전소 냉각탑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독일 바바리아주의 한 원자력 발전소 냉각탑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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