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그리스 등 세계 곳곳에서 페미사이드(여성 살해) 사건이 잇따르면서 더욱 강력한 법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프랑스24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새해 첫날부터 세 건의 페미사이드가 발생했다. 첫 번째 희생자는 프랑스 서부 도시 소뮈르 인근에 사는 28세 여성으로 남자친구의 칼에 찔렸다. 프랑스 동부 뫼르트에모젤주에서는 56세 여성이 집에서 남편의 칼에 찔렸다. 세 번째 희생자는 프랑스 남부 휴양 도시 니스에 사는 45세 여성으로 전 남자친구의 손에 목졸려 사망했다.
여성단체 ‘우리모두(NousToutes)’는 새해 첫날부터 발생한 페미사이드에 정부가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 소속 활동가 레나 벤 아메드는 프랑스인포 라디오에 “세 건 모두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체계적인 폭력”이라면서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성차별적 폭력을 주변화함으로써 페미사이드를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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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유럽 주요 국가들 중 페미사이드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2018년 121명이 살해되는 등 피해가 커지자 2019년 수도 파리를 비롯해 프랑스 30여개 도시에서 15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페미사이드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에 프랑스 정부가 가정폭력 및 여성 살해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페미사이드 피해자는 2019년 146명에서 2020년 102명으로 줄었으나 지난해 다시 113명으로 늘어났다. 프랑스 여성단체에 따르면 2016년 이후 프랑스에서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 살해된 여성은 770명에 이른다. 여성단체들은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 내무부는 지난해 경찰이 남편이나 남자친구에 의한 폭력 범죄를 우선적으로 처리하도록 하고 각 경찰서에 여성 대상 범죄를 전담하는 경관을 한 명 이상 배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추가 대책을 내놨다. 여성단체들은 여성이 자녀를 데리고 폭력적인 배우자로부터 피신했을 경우 배우자가 거주지를 찾을 수 없도록 차단하는 등 더욱 강력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그리스에서도 지난달 중순 닷새 동안 여성 2명이 남편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여성 운동가들은 그리스에서 여성을 향한 폭력이 ‘전염병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하지만 처벌은 관대하다. 그리스 법무부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연간 평균 3566명의 남성이 가정폭력으로 기소됐는데 이들 중 23%만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정치권의 안일한 태도에 수도 아테네 곳곳에서는 페미사이드 범죄를 비판하는 그라피티가 더 자주 나타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리스 일각에서는 처벌 형량을 높이기 위해 페미사이드를 별도 범죄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마리아 시렌 겔라 그리스 성평등 장관은 최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는 유럽에서 여성 살해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최초의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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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식 기자 bachwsik@khan.kr
박하얀 기자 white@kh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