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유럽국 최초 생리휴가 보장 입법 추진

박효재 기자
이레네 몬테로 스페인 성평등 장관. EPA연합뉴스

이레네 몬테로 스페인 성평등 장관. EPA연합뉴스

진보 성향의 사회노동당이 주도하는 스페인 연립정부가 여성들이 월 3~5일의 생리휴가를 쓸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스페인은 유럽국 중 최초로 생리휴가를 보장하는 나라가 된다.

엘파이스 등 현지매체들은 12일(현지시간) 스페인 정부가 다음주 초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법안을 각의에 상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새 법안은 생리통을 겪는 여성이 3일간 휴가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최대 5일까지 그 기간을 늘릴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생리통이 극심하고 의사 소견서가 있는 경우에만 생리휴가를 쓸 수 있다. 스페인 산부인과 학회에 따르면 스페인 여성의 약 3분의 1이 설사, 고열, 심각한 두통 등 극심한 생리통을 겪는 것으로 추산된다.

법안이 통과되면 스페인은 유럽 최초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생리휴가를 보장하는 국가가 된다. 지난해 6월 지로나를 시작으로 리폴, 레스 보르제스 블랑카스 등 카탈루냐 자치주 일부 지역은 이미 생리휴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유로뉴스는 전 세계적으로 생리휴가제는 현재 한국,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잠비아 등 일부 국가에서만 시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정부가 추진하는 생리휴가제는 임신중단법 개정을 포함한 출산·생식보건 분야 개혁의 일환이다. 새 법안 초안은 ‘탐폰세’로 불리는 생리대 부가가치세를 폐지하고, 학교나 교도소 등 공공시설에서 무료로 생리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출산 전 유급 출산휴가 기간도 늘릴 수 있게 했다.

초안대로라면 임신중단 제한은 대폭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이레네 몬테로 성평등 장관이 제안한 대로 임신중단 가능 연령 제한은 폐지된다. 보수성향 인민당이 집권한 이전 정부는 2015년 부모 동의 없이 임신중단을 할 수 있는 연령을 만 16세 이상으로 규정했다. 임신중단 최종결정 전 3일 간의 의무 숙려기간도 폐지된다. 초안에는 임신 14주차까지는 공공 의료기관을 이용할 경우 무료로 임신중단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스페인 정부의 방침은 아직 논의 단계이고 내부 이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좌 정당 포데모스는 적극적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부 사회노동당 의원들은 생리휴가제도가 고용주들의 여성 고용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안이 초안대로 통과되더라도 여성들의 임신중단 접근권이 정부가 예상했던 만큼 높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엘파이스는 전통적으로 가톨릭이 다수인 스페인에서 의사들은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임신중단 시술을 거부할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월 몬테로 성평등 장관은 사전에 거부 의사를 밝힌 의료업계 종사자들을 파악해 정식 명부를 만들고 이들이 임신중단 시술에 개입되지 않도록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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