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시장 당선···“선수 시절부터 강한 사회적 양심”

박은하 기자

중도좌파 연합 13개 도시 중 7군데 승리

축구선수 출신인 다미아노 톰마시가 27일(현지시간) 시장선거에서 승리를 확정지었다. |EPA연합뉴스

축구선수 출신인 다미아노 톰마시가 27일(현지시간) 시장선거에서 승리를 확정지었다. |EPA연합뉴스

AS로마와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전 축구선수 다미아노 톰마시(48)가 베로나 시장에 당선됐다.

톰마시는 27일(현지시간) 열린 시장선거 결선 투표에서 53.4%의 득표율을 얻어 46.6%를 득표한 페데리코 스보아리나(48) 현 시장을 꺾고 시장에 당선됐다고 이탈리아 일간지 일 템포 등이 보도했다. 톰마시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민주당이 이끄는 중도좌파 연합의 지지를 받았다.

톰마시는 베로나 출신으로 축구클럽 엘라스 베로나 유스 아카데미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1996년 로마로 이적하기 전 10년 동안 엘라스 베로나에서 뛰었다. 국가대표 선수로서 2002년 한일월드컵에 참여해 한국을 상대로 한 16강전에도 출전했다. 2011~2018년 이탈리아 선수협의회장을 맡아 선수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활동을 했다. 2019년 축구선수에서 은퇴했다.

톰마시는 축구선수 시절에도 “강력한 사회적 양심을 가진 것으로 유명했다”고 풋볼 이탈리아가 전했다. 로마 소속이던 2005~2006년 시즌 부상에서 복귀한 뒤 구단의 재정여건을 고려해 자신은 월 1500유로(204만원)의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구단에 공정한 노동조건에서 생산한 축구공만 사용하도록 요구한 것이 한 예이다. 기부도 많이 하면서, 비시즌 기간에는 이탈리아의 이민자들을 위한 집짓기 봉사활동에 직접 참여했다.

보수색이 강한 베로나에서 톰마시의 당선은 이변으로 꼽힌다. 베로나는 스보아리나 시장 시절 ‘임신중단 반대 도시’를 선언했다. 임신중단 반대 단체에 자금을 지원했으며 2019년 미국 우파 기독교 단체 연합인 세계가정대회 컨퍼런스를 주최했다. 가디언은 “베로나는 종종 극우의 실험실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지만 지역 고위 성직자는 톰마시에 투표하지 말라고 독려했다고 라 레푸블리카가 전했다. 하지만 베로나에서 15년 만에 좌파 후보로서 당선된 톰마시는 “역사적 결과”라며 “우리는 정치는 모욕이나 도발 없이 이뤄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승부를 펼쳤고, 젊은이들을 위한 우리의 제안이 베로나 정치의 한 페이지를 넘겼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중도 좌파는 베로나를 포함해 13개 지역 중 7개 지역에서 승리했다. 극우정당 ‘전진 이탈리아’(포르차 이탈리아)를 이끄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고향 몬차에서도 중도좌파 후보가 당선됐다. 중도좌파 연합은 피에몬테, 파르마, 쿠네오, 카탄차로 등에서도 승리했다. 엔리코 레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로 우리는 내년 총선에서도 승리해 국가적 차원에서 중도좌파 블록을 형성할 것이라는 더 강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패배한 극우진영에서는 내년 총선 국면에서는 단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이탈리아의 형제, 동맹(구 북부동맹), 전진 이탈리아로 구성된 극우연합은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며 세가 꺾인 데다, 이번 선거에서 분열로 패했다는 진단도 나왔다. 단적으로 베로나에서 스보아리나 시장은 결선투표에서 전진 이탈리아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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