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못 다닌다…독일 경제 압박하는 라인강의 가뭄

박은하 기자

“지금도 물류 50%만 운항”

물가·에너지 대란 심화 우려

7월 26일(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찍은 라인강의 모습.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진 상태이다. /신화연합뉴스

7월 26일(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찍은 라인강의 모습.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진 상태이다. /신화연합뉴스

폭염과 함께 찾아온 가뭄이 독일 에너지 위기를 부추길 복병으로 등장했다. 라인강 수위가 예년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석탄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 등의 수상 운송이 어려워지면서 독일과 유럽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독일 수로해운청에 따르면 라인강 중상류 수상 운송의 길목인 카우브에서 측정한 수위는 지난 6월부터 낮아지기 시작해 지난달 150cm를 기록했으며 7월 들어 70cm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는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부분의 선박 운항을 위한 최저 기준인 120cm에 못 미치며 저수위로 분류되는 기준인 78cm보다도 낮다. 라인강 수위는 9월에도 예년보다는 낮은 상태를 계속 유지할 전망이다. 산업단지가 밀집한 뒤셀도르프, 뒤스부르크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라인강 수위는 보통 7월부터 낮아지기 시작해 9~10월 사이 저점을 찍는다. 수로해운청의 크리스티안 헬바흐는 올해는 수위가 낮아지는 시기가 예년보다 일찍 찾아왔다며 “여름철 수위가 비정상적으로 낮다”고 도이체벨레에 말했다. 그는 “향후 최소 6주 동안은 저수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인강은 스위스에서 북해까지 사람과 물자를 잇는 유럽의 대동맥이다. 원자재부터 생필품까지 매년 1억9500만t의 화물이 로테르담, 암스테르담 등 네덜란드의 항구에서 출발해 1223km의 라인강을 따라 프랑스, 독일의 산업단지와 내륙 곳곳의 도시로 운반된다. 라인강을 이용한 저렴한 원자재 운송은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 산업 강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뒷받침해 왔다. 독일의 경우 하천 운송은 전체 운송량의 6%를 차지하며 원자재 운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높다. 독립 연구기관인 킬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석탄, 원유, 천연가스의 30%, 철강 코크스와 석유 제품의 20%, 산업에 사용되는 화학 물질의 11%가 내륙 수운으로 운반된다.

라인강 수위 저하로 수상 운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유럽 제조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다. 독일 화물업계는 이미 지난 6월 중순부터 운송 물량을 줄여 왔다. 독일내륙항법협회(DTG)는 “화물의 약 50%만 운행한다”고 지난달 도이체벨레에 전했다.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 정보업체 ICIS에 따르면 최대 1000t의 선박을 동원하던 화학 업체들이 최근에는 350t의 바지선을 운송 가능한 상한선으로 잡고 있다.

2018년에도 이상기후로 인한 저수위로 132일 동안 라인강 수상 운송이 중단된 바 있다. 당시 독일 유명 철강회사 튀센크루프의 생산량은 예년보다 20만t 줄었으며, 독일 전체 기업의 3분의 2는 대체 운송수단을 찾아야 했다. 킬 세계경제연구소는 2021년 보고서에서 “낮은 수위가 30일 동안 지속하면 독일의 산업 생산이 1% 감소한다”고 전했다.

라인강 수위 저하는 에너지 문제에도 기름을 부을 전망이다. 러시아가 독일에 공급하는 천연가스를 대폭 줄이자 독일 정부는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하기로 했지만 정작 전력회사들은 라인강의 수위가 낮아져 석탄을 제대로 운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원유를 최대 2500t까지 운반할 수 있는 선박도 현재 1600t만 운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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