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단극화 시대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박은하 기자

러 국방장관 “미국과 핵감축 협정 쉽지 않아”

푸틴 러시아 대통령/TASS연합뉴스

푸틴 러시아 대통령/TASS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단극화 시대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고 타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국제안보회의 환영사에서 “더 많은 나라가 독립적 행보를 택하면서 다극화 세계의 윤곽이 형성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동맹, 협력국, 우호국 국민과 함께 국제 안보 지형을 적극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며 “국제법에 대한 존중을 회복하고 유엔과 다른 대화 플랫폼의 지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주도권은 전 세계의 침체와 편협하고 반자유주의적인 전체주의를 뜻한다”면서 “서방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주도권을 유지하고자 어떤 다른 발전 경로도 제한하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방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같은 시스템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장하려 한다”면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철저히 계획된 도발이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에서 분쟁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며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질질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총알받이로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온 20여년 간을 ‘단극화 질서’로 규정해 왔다. 그는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러시아, 중국, 이란 등 지역 강국들로 패권이 나뉘어지는 것을 ‘다극화’라 부르며 옹호해 왔다. 알렉산드르 두긴 등 러시아 민족주의 성향 인사들에게 널리 확산된 인식이다. 두긴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다극화 질서를 만들기 위한 도전”이라며 옹호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고전이 계속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부인한 것이다.

쇼이구 장관은 오커스(미국, 영국, 호주 안보 동맹)의 공동 핵무기 훈련 가능성에 대해 “유럽의 핵무기 훈련이 아시아로 옮겨질 경우 이는 아시아를 날려버릴 수 있다”고 반발했다. 쇼이구 장관은 또 우크라이나의 군사 작전이 미국과 영국에 의해 계획이 수립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쇼이구 장관은 나토가 동부 및 중부 유럽에 여러 차례 병력을 증강 배치했다면서 “나토의 이 같은 움직임은 냉전 시절 구축된 군비 통제 체제의 몰락을 완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미국과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의 연장 협상에 대해서는 “쌍무적인 상황”이라면서 “여건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실전배치 규모를 제한하기 위해 체결한 뉴스타트는 2011년 2월 발효한 10년 기한 협정이 2026년 2월까지로 연장됐으나, 추가 연장 협상은 답보 상태다.

지난 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신규 군비 축소 체제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지만, 러시아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사찰 재개를 요구했다면서 자국 시설에 대한 사찰 잠정 중단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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