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돈바스 진격’·러시아 ‘동원령’ 고심…기로에 선 전쟁

박용하 기자

분위기 반전 성공한 우크라, 동부 전선 확대 ‘보급’ 걸림돌

러 ‘전면전 전환’ 여론 속 “반역자 푸틴, 사임해야” 목소리

우크라 ‘돈바스 진격’·러시아 ‘동원령’ 고심…기로에 선 전쟁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동북부 하르키우주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내면서 팽팽했던 전황이 또 다른 변곡점에 접어들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이제라도 동원령을 선포해 전면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보급선 연장의 위험을 무릅쓰고 동부 지역으로 계속 진격할지를 두고 고심에 들어갔다. 양측의 결단에 따라 향후 전황에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13일(현지시간)에도 하르키우에서의 패전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군 지도부를 여전히 신뢰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특수작전은 계속될 것”이란 입장만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경제 관련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적 전격전이 통하지 않고 있다”는 언급만 내놨다.

최근 패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선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지난 11일 모스크바시 건립 875주년을 축하하는 기념식이 진행되면서 대관람차와 스포츠경기장 개장, 불꽃놀이 등 행사가 이어진 것이다.

AP통신은 모스크바의 이 같은 풍경을 두고 “우크라이나에서 펼쳐진 최근의 군사적 참패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러시아 내부적으로는 이번 패전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콜피노의 18개 구 대표들이 푸틴 대통령을 국가 장래에 해를 끼치는 반역자로 규정하고 사임을 요구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앞서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반도 “(러시아군의) 전략에 변화가 없다면 내가 현장 상황에 관해 설명할 수밖에 없다”며 러시아군 수뇌부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일각에선 전쟁이 중요한 분기점에 도달했다며 러시아 정부가 그간 미뤄온 동원령 선포와 전면전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보리스 나데즈딘 전 러시아 의원은 관영매체 NTV의 방송토론에서 “일반적인 동원 없이 계약 군인과 용병들만으로 우크라이나를 패배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동원령을 선포하고 전면전을 하거나 아니면 철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데즈딘 전 의원은 자신이 선호하는 또 다른 선택지로 ‘평화 협상’을 거론하기도 했다.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우크라이나도 고민이 적지 않다. 하르키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동부 돈바스 지역으로 빠르게 진격할 기회를 얻었으나, 무작정 진격한다면 약점을 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승리를 거뒀다고 하나 우크라이나군은 아직 러시아군에 비해 규모가 작고 장비가 부족하다. 이 같은 상황에 보급선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연료와 탄약, 보충병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그렇다고 진격 준비가 갖춰질 때까지 충분히 기다릴 만한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가을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전장이 진흙탕이 돼 진격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격이 지연될수록 러시아군의 방어선 재구축이 쉬워지는 문제도 있다. 현재 친러 성향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러시아와 체첸 소속 병력들이 새로 소집돼 전선으로 향하는 동영상들이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우크라이나 수뇌부가 전쟁의 단기적인 전황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모험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동부 돈바스와 우크라이나 남부의 전선에서 치열한 지상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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