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선 우파연합 승리, 100년만에 극우 총리 탄생 유력

김혜리 기자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
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 될 듯


극우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l)의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극우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l)의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25일(현지시간) 실시된 조기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주축이 된 우파 연합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는 이날 출구조사 결과 우파 연합이 41~45%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정부 구성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로 여겨지는 40%를 넘어서는 수치다. 이에 따라 우파 연합은 상·하원 모두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총리를 지낸 엔리코 레타 민주당(PD) 대표가 이끄는 중도좌파 연합의 득표율은 29.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민주당은 선거 패배를 인정하고 주요 야당 세력으로서 차기 정부를 견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로 인한 경제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 등은 극우 포퓰리즘 정치 세력의 승리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파 연합은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이끄는 극우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l), 마테로 살비니 상원의원이 대표인 극우정당 동맹(Lega),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등 세 정당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출구조사에서 이탈리아형제들은 22~26%, 동맹은 8.5~12.5%, 전진이탈리아는 6.5~8.5%를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출구조사가 들어맞으면 우파 연합에서 최대 지분을 가진 이탈리아형제들의 멜로니 대표가 총리직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세 정당은 지난 7월27일 최다 득표를 한 당에서 총리 후보 추천 권한을 갖기로 합의한 상태다.

멜로니 대표가 총리직에 오르면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1922~1943년 집권) 이후 100년만에 극우 정당 지도자가 집권하게 된다. 이탈리아 사상 최초 여성 총리의 탄생이기도 하다.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 “여자 무솔리니” 등의 별명을 가진 멜로니는 지난 2014년 이탈리아형제들의 대표로 선출된 뒤 반이민과 반유럽연합(EU), 강한 이탈리아 등 선명한 극우 색채를 바탕으로 지지기반을 다져왔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와중에는 정부 방역 규제에 반기를 들었다.

멜로니 대표는 26일 지지자들을 향한 연설에서 “많은 이들에게 자랑스러운 밤이자 구원의 밤이었다”면서 “내일부터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이탈리아인들은 우리를 선택했고, 우리는 결코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극우 정권의 출현은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과 국제 정세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차기 정부는 EU가 2026년까지 제공하는 1915억유로(약 264조원) 규모의 코로나19 회복기금을 받기 위해서라도 반EU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우파 연합의 내분 가능성도 제기된다. 멜로니 대표는 선거에 앞서 “(러시아에 맞서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영웅적 항전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우파 연합의 다른 두 축인 살비니 의원,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대표적인 친푸틴 인사로 분류된다.

이번 총선을 통해 이탈리아는 5년 임기의 하원 의원 400명, 상원 의원 200명을 새로이 선출한다. 새 국회 개원일은 10월1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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