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제발 그만”…여행객 ‘몸살’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서 시위

최서은 기자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에서 오버투어리즘에 반발하는 대규모 항의 시위가 열렸다. EPA연합뉴스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에서 오버투어리즘에 반발하는 대규모 항의 시위가 열렸다. EPA연합뉴스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여 몸살을 앓고 있는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에서 ‘오버투어리즘(관광 과잉)’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스페인 매체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카나리아 제도 전역에 수만명의 사람들이 모여 지역 내 관광객 수 일시 제한과 관광 모델 전환을 요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시위대는 “여기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건 약탈이다”, “우리 섬이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우리 땅을 존중해달라”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 곳곳을 행진했다.

북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에 있는 스페인령 군도인 카나리아 제도에는 일 년 내내 화창한 햇살이 내리쬐는 아름다운 해변이 있어 매년 전 세계 각지에서 대규모 관광객이 찾고 있다. 2023년 카나리아의 주요 7개 섬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1390만명에 달하는데, 이는 섬 전체 인구인 220만 명보다 약 6배 더 많은 수치다. 한국에서도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2>의 촬영 장소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카나리아 제도는 무분별한 개발이 이뤄지며 환경이 파괴되고, 지역 주민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 특히 관광객을 위한 호텔 건설과 단기 임대 사업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가 치솟아 주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상승했다.

이에 시위대는 당국이 관광객 수를 제한하고, 환경과 주민들에게 해를 끼치는 무분별한 개발을 억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비거주민의 부동산 구매 제한, 관광객에 대한 환경세 도입, 휴가용 임대주택에 대한 모니터링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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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에 참가한 파티마 카브레라는 “우리는 우리 땅에서 쫓겨나고 있다”면서 “우리는 낮은 임금과 높은 임대료 때문에 이곳에서 계속 살아갈 수 없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참가자 리디아 모랄레스는 “가장 큰 문제는 이 섬의 관광 모델, 그리고 그것이 수십 년 동안 이 섬과 이곳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정치인들이 관광 단지와 호텔 건설에 더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밀려나고 있고, 우리의 우선순위가 고려되지 않는다고 느낀다”고 비판했다.

관광 산업이 카나리아 제도의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명 중 4명이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관광업에서 섬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6%가 창출된다.

관광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유지하는 카나리아 제도는 스페인 영토에서 경제가 가장 안 좋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지역의 임금은 스페인에서 두 번째로 낮고, 실업률은 세 번째로 높다. 물가상승률, 빈곤율, 임대료 등 지표 모두 스페인 전체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카나리아 주민들은 관광객들의 방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로이터통신에 “이것은 관광객에 대한 메시지가 아니라 이 땅에 도움이 되지 않고 변화가 필요한 관광 모델에 대한 메시지”라고 전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안토니오 부에노는 “경제 모델의 완전한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카나리아 제도의 경제 모델은 주민들의 삶의 질에 해를 끼친다. 계속되는 교통 체증과 감당할 수 없는 임대료로 이대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일부 활동가들은 카나리아 제도의 관광업이 파괴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항의하며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테네리페 남부에 대규모 관광 단지 2곳을 신규로 건설하는 것에 반발하며 개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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