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외국 대리인 법안’ 통과…시민들 “언론·시민사회에 재갈”

최서은 기자

여론 탄압 ‘러시아법’ 비슷

수도선 대규모 반대 시위

미·EU “관계 재고” 경고

조지아 의회가 언론과 시민사회 억압에 대한 국내외 우려에도 ‘외국 대리인 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시민들은 법 통과에 반발해 대규모 시위를 열었으며, 미국 등 국제사회는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4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조지아 의회는 이날 3차 독회를 열어 전체 150명 중 찬성 84명, 반대 30명으로 외국 대리인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에 따르면 해외에서 전체 예산의 20% 이상 자금 지원을 받는 언론 매체나 비정부기구(NGO)는 ‘외국 영향을 받는 대행기관’으로 등록해야 한다. 등록하지 않은 단체나 개인은 벌금과 최대 5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언론 및 시민사회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의 자금 지원을 받는 언론과 시민단체가 당국의 엄격한 규제에 노출돼 민주주의가 훼손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해왔다. 특히 이번 법안은 2012년 제정돼 언론과 NGO, 반정부 활동가 탄압에 활용된 러시아의 외국 대리인법과 비슷해 ‘러시아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야당 의원들은 조지아를 친러시아 국가로 만들려는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옛소련 국가인 조지아는 그간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추진해왔으나, 친서방 대 친러시아 노선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지속돼왔다. 이날 법안 표결 직전 여야 의원들이 회의장에서 난투극을 벌이다가 경비원들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집권당 ‘조지아의 꿈’이 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날 수천명의 시민들이 수도 트빌리시에 모여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의사당 앞에 모인 일부 시민들은 건물 진입 시도를 했으며, 시위대는 “러시아법에 반대한다”고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며 강경 진압하면서 시위 참가자 다수가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편에 서지 말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커린 잔피에어 미 백악관 대변인은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우리는 조지아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이 법안이 조지아와 EU의 통합에 장벽이 될 것이라면서 조지아에 법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조지아에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했던 EU는 이 법안이 조지아의 EU 가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는 조지아 내부의 문제”라면서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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