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남서부, 수돗물에서 ‘기생충’이···수도 민영화 영향?

조문희 기자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 데본주 브릭스햄 항구의 풍경. AP=연합뉴스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 데본주 브릭스햄 항구의 풍경. AP=연합뉴스

영국 남서부 휴양지로 이름난 데번주 어촌마을의 수돗물이 오염돼 주민들이 기생충에 감염됐다. 최소 46건 감염 확진자가 나타난 이번 사태로 수도 민영화 비판이 제기됐지만, 영국 정부는 민영화 자체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 보건안전국(UKHSA)은 최근 데번주 해안마을 브릭섬에서 기생충인 크립토스포리디움(와포자충)에 의한 감염 확진 사례를 46건 확인했다고 18일(현지시간) UPI가 보도했다. 감염 확진은 아니나 이외에도 100명 이상의 주민이 지역 보건의(GP) 등을 찾아 설사, 복통, 탈수 등 증상을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지역 주민들은 지난 며칠간 양치질, 요리, 음수에 앞서 물을 끓이며 혹시나 모를 감염 가능성에 두려워했다. 영국 정부가 와포자충 감염 사례를 확인한 직후인 지난 15일 이 지역 상수도 시설을 관할하는 민간 수도회사 사우스 웨스트 워터(SWW)는 지역 내 1만7000여 가구 및 기업을 상대로 끓이지 않은 수돗물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공지를 냈다.

SWW는 이날 1만4500가구에 대해선 ‘물 끓이기’ 공지를 해제했지만, 힐헤드 등 일부 지역 2500가구는 여전히 물을 끓여서 써야 하는 상황이다. 로라 플라워듀 SWW 대변인은 수도관 오염 원인에 대해 “저수지에 인접한, 소를 방목하는 들판을 지나는 수도관 공기 밸브가 손상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SWW는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115파운드(약 19만8000원)의 보상금 지급 계획을 밝혔다. 주민들은 실제 손실 규모에 턱없이 모자란다는 반응이다. 지역 주민인 브라이온 프리어는 BBC 인터뷰에서 5일 동안 침대에 누워 “심한 설사와 두통을 겪었다”며 SWW 보상안은 ‘모욕’이라고 말했다. 브릭섬 인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스티브 프라이스는 감염 우려 때문에 투숙객들이 예약을 취소해 약 1000파운드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일부 시민들은 영국의 수도 시스템 민영화를 이같은 사태의 원인으로 보고 비판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회사들이 고객보다 주주들을 우선시하느라 오래된 배관 시스템을 수리·교체하는 데 충분한 비용을 지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영국 수도는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인 1989년 민영화됐다.

잉글랜드의 상징인 템스강도 몇 달째 ‘폐수 논란’을 앓고 있다. 영국 버크셔주 램번 마을 맨홀 뚜껑에서 템스강을 타고 들어온 오수가 넘치면서다. 이 지역 길가에는 오물부터 생리대, 콘돔 등이 목격됐다고 데일리메일은 보도했다. 템스워터는 영국 최대 상·하수도회사로 수도 누수, 오염 사례 다수 적발된 적이 있다. 이밖에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윈더미어 호수도 최근 1000만ℓ 이상의 미처리 오염수가 불법 배출되는 사태를 겪었다고 BBC는 보도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부장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국회에서 기자들이 데번 식수 오염 사태에 대해 질문하자 “템스워터보다 누수가 많은 회사는 민영화되지 않은 스코틀랜드의 물뿐”이라며 “이를 민영화 문제로 이야기하는 것은 ‘논점 흐리기’”라고 답변했다고 BBC는 전했다. 헌트 장관은 “정부는 물 기업들이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요구하는 어려운 결정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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