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올림픽 유망주 400명’ 전쟁터에서 숨졌다

조문희 기자
우크라이나 복싱 선수 막심 할리니체우(왼쪽)가 2018 부에노스 아이레스 청소년 올림픽 복싱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복싱 선수 막심 할리니체우(왼쪽)가 2018 부에노스 아이레스 청소년 올림픽 복싱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이 약 2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3년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수백명의 올림픽 유망주들이 경기장 대신 전쟁터로 나가 목숨을 잃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AP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약 400명의 우크라이나 운동선수가 사망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8 부에노스 아이레스 청소년 올림픽의 복싱 은메달리스트 막심 할리니체우가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2021년 12월 우크라이나 복싱 연맹과의 인터뷰에서 3년 뒤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며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지역에서 목숨을 잃으면서 꿈을 이룰 기회 자체를 얻지 못했다.

올림픽 복싱 유망주로서 그는 전쟁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었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파리 올림픽에 앞서 올림픽 유망주 상당수를 해외로 훈련 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리니체우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2022년 4월, 조만간 열릴 유럽 선수권대회 훈련을 위해 수도 키이우로 이동하던 중 러시아의 침략으로 폐허가 된 마을을 목격한 것이 계기였다.

당시 할리니체우는 훈련 코치인 볼로디미르 빈니코우에게 “제 어린 딸이 침략자 러시아인들이 점령한 땅에서 살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코치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도 국가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라며 설득했지만 할리니체우는 “이미 결정했다”며 단호했다. 그리고 2022년 5월, 할리니체우는 21세 나이로 군에 입대했다. 그는 그해 말 바흐무트 인근에서 전투 중 발과 다리에 깊은 부상을 입었지만 상처가 낫기도 전에 굳이 전장으로 돌아갔다.

할리니체우가 아내 폴리나 이라크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것은 2023년 3월9일이었다. 이후 몇주 동안 연락이 닿지 않자, 소식을 궁금해하던 아내가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 등에서 전사자 및 부상자 사진을 살펴보다가 그의 시신 사신을 찾아냈다. 할리니체우의 사망 일자는 통화 다음날인 3월10일이었다.

러시아와의 전쟁 중 사망한 우크라이나 복싱 선수 막심 힐리니체프의 네 살배기 딸 바실리사가 지난 2월3일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 체육관에서 아버지가 훈련하던 링 위에 올라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와의 전쟁 중 사망한 우크라이나 복싱 선수 막심 힐리니체프의 네 살배기 딸 바실리사가 지난 2월3일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 체육관에서 아버지가 훈련하던 링 위에 올라 있다. AP연합뉴스

최근 할리니체우가 훈련하던 체육관에서 그의 추모식이 열렸다고 AP는 전했다. 그곳에서 이제 네 살이 된 할리니체우의 딸 바실리사가 작은 손에 맞지 않는 커다란 글러브를 낀 채 아버지가 올랐던 링 위를 뛰어다녔다.

A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다 숨을 거둔 유망주 중에는 유럽 선수권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던 사격 선수 이반 비드냐크, 리우올림픽 역도 국가대표였던 올렉산드르 피엘리셴코, 유도 선수 스타니슬라우 훌렌코우 등이 있다.

할리니체우의 코치는 “전쟁에서 숨지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조국을 위해 메달을 땄을 것”이라고 했다. 할리니체우의 아내는 “그(할리니체우)는 전장의 형제들에게 자신이 필요하며, 돌아가야 한다고 믿었다”면서 “그는 한 점의 의심 없이 다시 전쟁터로 돌아갔다”고 AP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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