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러시아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백 기를 보냈다는 보도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란은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를 봤다면서 “이란은 우리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해당 보도를 봤지만 모든 내용이 정확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이란과 무역·경제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고, 민감한 분야를 포함해 모든 가능한 분야에서 우리의 협력과 대화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전날 우크라이나가 추진 중인 제2차 평화회의에 러시아가 참석해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어떤 계획이 준비되고 있다고 언론에 보도된 것 이상으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어떤 계획도 미리 거부하지는 않지만 이 계획이 무엇인지는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숄츠 총리가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파 사건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구금됐다가 수감자 교환으로 미국으로 돌아간 에반 게르시코비치 WSJ 기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던 것과 관련해선 “현재로서는 그런 인터뷰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란은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전쟁 한쪽 편에 무기 수출을 했다는 주장을 강력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란혁명수비대 산하 방공부대인 카탐 알안비아의 파즈롤라 노자리 부사령관도 현지 매체에 “러시아에 미사일을 보내지 않았으며, 그런 주장은 일종의 심리전”이라고 밝혔다.
앞서 WSJ와 뉴욕타임스(NYT), AP통신, CNN 등 복수의 미국 언론은 미국과 유럽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서방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러시아에 수백 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이전했다고 지난 7일 전했다.
보도 이후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이란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제공한다면 “양국 관계에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백악관도 이란의 미사일 제공이 더 많은 우크라이나 민간인의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며 비난했다.
이란은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와의 군사·경제 분야에서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이 지난 2년간 러시아에 제공한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약 400기이고 이 미사일들의 상당수는 ‘졸파가르’와 같은 ‘파테-110’(사거리 300㎞) 계열의 탄도미사일이라고 전했다. 무기는 카스피해를 통해 밀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