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총선도 극우 돌풍…나치 계승 ‘자유당’ 제1당 차지

박은경·윤기은 기자
오스트리아 극우 정당 자유당의 헤르베르트 키클 대표가 29일(현지시간) 총선 투표가 끝난 뒤 수도 빈에서 열린 축하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오스트리아 극우 정당 자유당의 헤르베르트 키클 대표가 29일(현지시간) 총선 투표가 끝난 뒤 수도 빈에서 열린 축하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민자 혐오로 지지율 높여
과반 의석 실패, 연정 구성

네덜란드·프랑스·독일 등
EU 회원국 극우 지지 확산

유럽에 불어닥친 극우 열풍이 오스트리아 정치계에도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나치 부역자들이 세운 극우 자유당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30일(현지시간) 도이체벨레, 데어 슈탄데르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총선의 잠정 개표 결과 극우 자유당이 29.2%를 득표해 중도 보수 성향인 국민당(26.48%)을 약 3%포인트 차로 앞섰다. 중도 좌파 성향인 사회민주당(21.05%)이 3위를 차지했다.

헤르베르트 키클 자유당 대표는 총선 승리를 선언했고, 국민당 대표인 카를 네하머 현 총리는 총선 패배를 인정했다. 키클 대표는 총선 직후 지지자들 앞에서 “우리는 오늘 함께 역사의 한 조각을 썼다”면서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었다”고 선언했다. 공영방송 ORF와 한 인터뷰에서는 “오늘 유권자들은 이 나라에서 지금까지와 같은 상황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우리는 정부를 이끌 준비가 돼 있고, 시민들과 함께 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당의 승리로 오스트리아는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에 이어 극우 지지율이 급증한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하나가 됐다.

표심 이동을 보면 ‘우향우’ 경향이 뚜렷하다. ORF의 선거 분석에 따르면 2019년 선거에서는 국민당을 찍었지만 이번에 자유당으로 갈아탄 유권자는 약 44만3000명에 달한다. 데어 슈탄데르트는 “오스트리아 선거 사상 최대의 유권자 교환”이라고 짚었다.

자유당은 1950년대 나치 부역자들이 세운 극우 정당이다. 줄곧 비주류에 머무르다 2017년 총선에서 제3당으로 도약했다. 자유당을 승리로 이끈 키클 대표는 이민자 범죄에 대한 두려움, 가파른 인플레이션(고물가 현상), 코로나19 시기 정부의 엄격한 조치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 등을 활용해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이 때문에 도발적이고 극단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키클 대표를 두고 반대 진영에서는 “썩고, 먹을 수 없는 마르크스주의 열매” “지적인 단세포 유기체”라고 비난해왔다.

자유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함으로써 연정을 구성해야 한다. 키클 대표에 대한 이런 극단적 평가는 연정 구성의 큰 걸림돌이다. 네하머 총리는 자유당과 연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음모론을 좋아하는 사람과 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키클 대표를 총리로 내세울 수는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네하머 총리가 사민당, 네오스 등과 연정을 구성해 총리직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3당 연정도 쉽지 않지만, 성공한다고 해도 극우 흐름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카린시아응용과학대의 카트린 슈타이너 헤멀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자유당에서 총리를 배출할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만약 그렇게 된다면 키클 대표가 자신의 롤모델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연대해 한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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