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설득 등 중재 능력 뛰어나…미·유럽 동맹 조율 과제로
중·러 밀착에도 대응…“한국, 이달 나토 국방장관회의 참석”
마르크 뤼터 전 네덜란드 총리(57)가 1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으로 부임했다. 뤼터 신임 총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 정권 교체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 미국과 유럽의 군사 동맹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뤼터 총장은 이날 취임 기자회견에서 미 대선 결과에 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두 (미 대선) 후보를 잘 안다”며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함께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를 압박했고, 나는 그가 옳았다고 생각한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띄우기에 나섰다. 뤼터 총장은 방위비 증액, 아시아·태평양 지역 파트너와의 관계 강화, 우크라이나 지원 등 세 가지를 나토의 향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나토 회원국은 각국 방위비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늘리기로 2014년 합의했다.
뤼터 총장은 2010년부터 14년간 재임하며 ‘네덜란드 최장수 총리’ 타이틀을 얻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으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은 그는 지난 6월 32개국 연합을 이끄는 나토 사무총장으로 추대됐고, 총리직에서는 사임했다.
뤼터 총장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상공의 여객기를 격추해 네덜란드인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난하며 유럽연합(EU) 내 대러시아 강경론을 주도해왔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나토의 대러시아 정책 등과 관련해선 입장을 드러내지 않으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나토가 지난 7월 2025년까지 우크라이나에 400억유로(약 58조원) 상당의 군사 지원을 공약한 만큼, 뤼터 총장은 각 회원국에 방위비 지출 확대를 독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전쟁 이후 안보 불안감을 겪고 있는 동유럽 회원국의 병력과 무기, 방공 시스템 지원 요청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서유럽 회원국과 대화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올 11월 유럽에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며 ‘나토 역할 축소’를 주장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대선에서 재선될 경우 나토에 가입한 유럽 국가들은 미국과 다시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돼도 유럽국과 미국 간 군사 동맹이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나토에서 사무차장 보좌관을 지낸 카밀 그랜드는 “백악관에 누가 있든 (미국 정부는) 인도·태평양 안보와 국내 문제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뤼터 총장의 지인들은 네 번의 연정을 이끈 그가 타협점을 찾고 중재하는 데 능하며, 나토 회원국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갈등을 봉합할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2018년 나토 정상회의 당시 나토 탈퇴 으름장을 놓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면서 ‘트럼프 조련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뤼터 총장은 러·중 밀착에 대응해 나토가 그간 유지해온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IP4)과의 국방 협력 기조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나토 회원국은 2022년 중국에 대한 공동대응 방침인 ‘신전략개념’을 채택했다. 올해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는 중국을 ‘러시아의 결정적 조력자’로 규정했다. 뤼터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호주, 일본, 뉴질랜드와 한국 등이 (오는 17~18일 열리는) 나토 국방장관회의에 사상 처음으로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0년간 재임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전 총장은 뮌헨안보회의(MSC) 의장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