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적자 타개·이민 강경책 강조…좌파·극우 진영 저항 여전
프랑스 좌파와 극우 진영에서 강한 견제를 받는 미셸 바르니에 총리(사진)가 “정부와 의회 간 의제 공유를 확대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의회 내 기반이 약한 데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지원도 시원찮은 상황에서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이다.
2일(현지시간) 르몽드 보도에 따르면 바르니에 총리는 전날 정책 구상을 설명하기 위한 첫 의회 연설에서 정부와 의회의 의제 공유 확대를 제안하면서 “국가를 위한 초당적 법안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바르니에 총리는 재정적자 타개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기조와는 차별화되는 부유층에 대한 ‘예외적 세금’ 부과와 법인세 인상도 꺼냈다. 아울러 “‘다모클레스의 칼’(권력자의 운명이 칼 밑에 있는 것처럼 위험하다는 의미)은 막대한 부채”라면서 “주의하지 않으면 그것이 우리 나라를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6% 수준인 재정적자 규모를 내년까지 5%로, 2029년까지 유럽연합(EU)의 상한선인 3%로 낮추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민 문턱을 높이는 정책도 예고했다. 바르니에 총리는 불법 이주민 추방 명령이 더 철저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구금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프랑스에서 추방된 불법 이주민 출신 국가의 영사 제공 능력에 따라 해당 국가에 대한 비자 발급 규모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설은 의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채 출범한 ‘정통 우파’ 바르니에 총리에게 중요한 무대였다. 좌파 정당은 바르니에 총리 임명 직후 내각 불신임을 예고했고, 극우 국민연합(RN)도 그에게 반기를 들고 있다. AP통신은 “바르니에 총리가 연설에서 분열을 조장할 수 있는 세부 사항은 언급하지 않고, ‘정치적 지뢰밭’을 피해 부드러운 언어를 사용했다”고 전했다. 좌파 정당 의원들이 연설 중 야유를 퍼붓기도 했지만, 바르니에 총리는 “존중이 항상 상호적이지 않다고 해도, 모든 의원의 말을 경청하고 존중하겠다”면서 충돌을 피했다.
바르니에 총리는 의회를 향해 유화적 메시지를 냈지만, 정책 구상이 얼마나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바르니에 총리는 세부적인 계획이 담긴 내년도 예산안을 오는 9일까지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좌파와 극우 진영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새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