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95명 사망…수십명 실종
발렌시아 등 동남부 쑥대밭
정부, 사흘간 애도기간 선포
스페인 동남부 지역에 한 달 치를 넘는 강수량이 하루 만에 쏟아지면서 최소 95명이 숨졌다. 이번 폭우는 최근 유럽 국가를 강타한 최악의 자연재해로 꼽힌다. 스페인 정부는 사흘간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틀간 이어진 폭우로 스페인 말라가부터 발렌시아에 이르기까지 홍수에 따른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발렌시아 지역에서만 이날까지 92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카스티야라만차에서 2명, 안달루시아에서 1명이 숨졌다. 실종자가 수십명에 달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1996년 이후 스페인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최악의 폭우라고 전했다. 스페인 기상청은 발렌시아 지역에서 8시간 동안 내린 비가 지난 20개월 치 강수량보다 더 많았다면서 “전례 없는 폭우”라고 밝혔다.
폭우가 집중된 발렌시아는 고속도로 다리가 무너지고 거리 전체가 흙탕물에 잠겼다. 나무가 뿌리째 뽑히며 차가 뒤엉켜 쌓였다. 사람들이 차 위로 대피하기도 했다.
말라가 근처에선 약 300명이 탄 고속열차가 탈선했다. 다행히 부상자는 없었다. 철로가 손상되면서 발렌시아와 마드리드 간 고속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버스와 통근열차 등 대중교통도 마비됐다. 29일 오후부터는 항공편이 취소되며 약 1500명이 발렌시아 공항에 갇혔다. 현지 전력회사는 발렌시아에서 약 15만명이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31일부터 11월2일까지 사흘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위기대응위원회를 꾸리고 피해 지역에는 군인 1000명 등을 포함한 구조대를 배치했다.
기상학자들은 지중해의 따뜻한 바다 위로 찬 공기가 이동할 때 비구름이 형성되는 기상 현상 ‘고타 프리아’(차가운 물방울)가 이번 폭우의 배경일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