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만 1만2000종·인증샷 덕후까지…일본 ‘맨홀 뚜껑’ 신드롬읽음

도쿄 | 김진우 특파원
만화 <명탐정 코난>의 캐릭터를 그린 돗토리현 호쿠에이정의 맨홀 뚜껑(왼쪽 사진)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히메지성을 새긴 효고현 히메지시의 맨홀 뚜껑.

만화 <명탐정 코난>의 캐릭터를 그린 돗토리현 호쿠에이정의 맨홀 뚜껑(왼쪽 사진)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히메지성을 새긴 효고현 히메지시의 맨홀 뚜껑.

평소 신경 쓰지 않고 밟고 다니는 맨홀 뚜껑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맨홀 뚜껑 인증샷’을 찍거나 ‘맨홀 카드’를 모으기 위해 각 지역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맨홀 뚜껑 애호가’를 가리키는 ‘만호라(manholer)’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디자인의 맨홀 뚜껑을 내놓고 있다. 후루사토(고향) 납세에 대한 답례품으로 맨홀 뚜껑을 준비하는 지자체까지 생겼다.

[김진우의 도쿄리포트]디자인만 1만2000종·인증샷 덕후까지…일본 ‘맨홀 뚜껑’ 신드롬

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에는 지역별로 다양한 디자인의 맨홀 뚜껑이 존재한다. 지역 특산품이나 동식물, 명소 등이 새겨져 있고 색깔이 들어가 있기도 해서 일본의 ‘서브 컬처’(하위문화)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이런 ‘디자인 맨홀’의 발상지는 1977년 물고기 떼를 새겨넣은 오키나와 나하(那覇)시로 알려져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과 하수도단체가 설립한 ‘하수도홍보 플랫폼’에 따르면 일본에는 간단한 기하학적 문양을 포함해 약 1만2000종의 맨홀 뚜껑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맨홀 뚜껑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는 애호가인 ‘만호라’도 적지 않다. 이들은 현지에 직접 가서 맨홀 뚜껑 사진을 찍는다. 이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현지에 직접 갔다는 ‘인증샷’으로 올리는 이들도 있다.

맨홀 뚜껑 붐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 맨홀 카드다. 앞면에는 맨홀 뚜껑 사진과 위치를 나타내는 좌표가, 뒷면에는 디자인의 유래와 지역 정보가 실려 있다. 각 지역 관공서나 하수도 관련 시설에서 무료로 발매된다. 맨홀 카드는 ‘하수도홍보 플랫폼’이 하수도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지난해 4월 처음 무료 형태로 발매했다. 첫 시리즈 30종은 10만장이 순식간에 팔려 증쇄를 해야 했다. 이후 4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시리즈를 발행하고 있다. 1일부터 지자체 49곳이 참여한 5번째 시리즈가 발매됐다. 지금까지 191개 지자체가 222종을 발행했는데, 이달 안에 총발행장수가 100만장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맨홀 카드는 독특한 디자인에, 현지에 가지 않으면 구입할 수 없다는 희소성이 더해지면서 열광적인 호응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인기 카드는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2만엔(20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지난 1월 사이타마(埼玉)현에서 개최한 ‘맨홀 정상회담’이라는 이벤트에는 예상 입장객 700명을 훌쩍 넘는 3000명이 몰려들었다. 이 행사장에선 ‘작은 에도’로 불리는 사이타마현 가와고에(川越)의 상징인 시계탑 문양 맨홀 카드를 비롯해 맨홀 카드 9종을 미리 배포하면서 ‘만호라’들로 혼잡을 이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맨홀 뚜껑과 맨홀 카드 제작에 공을 들이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맨홀 카드를 구하러 온 이들이 지역 명소를 둘러보도록 해 지역 활성화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다. 지역을 대표하는 만화가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넣은 한정판 맨홀 뚜껑도 등장하고 있다. 공룡 화석이 다수 출토된 것으로 유명한 후쿠이(福井)현에선 공룡을 디자인한 맨홀 카드를 발행했다.

맨홀 카드를 기획한 ‘하수도홍보 플랫폼’의 야마다 히데토(山田秀人)는 “한 종의 카드를 절대 한 곳에서밖에 얻을 수 없다는 설계로 수집 난도를 높인 게 수집가들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전체 맨홀 카드를 완성하는 것은 어렵지만, ‘후지산이 포함된 카드’처럼 지역이나 마을, 명소 등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카드를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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