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 우익단체 반발 뚫고 다시 일본에 전시됐다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의 공공 전시장인 ‘시민 갤러리 사카에’(榮)에 6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돼 있다. 일본 공공시설에 소녀상이 전시된 것은 2019년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그 후’에 이어 1년 8개월여 만이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1년 8개월 만에 일본 공동 전시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아사히신문은 6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 공공 전시장인 ‘시민 갤러리 사카에’(榮)에서 열린 ‘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 김서경·김운경 부부 작가의 조각물인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됐다고 보도했다. 전시회는 11일까지 열린다. 일본에서 김 작가 부부의 소녀상이 전시된 것은 2019년 8~10월 열린 아이치 트리엔날레 기획전의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이후 처음이다.

전시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 속에서 소녀는 베이지색 저고리에 검정 치마를 입고 맨발로 의자에 앉아 있다. 소녀의 왼쪽 어깨에는 새가 한 마리 앉아 있고, 오른쪽에 빈 의자가 하나 놓여 있다. 색깔의 차이를 제외하면 옛 한국 주재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것과 전체적으로 비슷한 모양이었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선 관람객들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소녀상을 관람했다.

전시장 앞에서는 우익 단체의 반발이 이어졌다. 우익단체 회원 10여명은 이날 전시장 앞에서 ‘폐하에 대한 모욕을 용납하지 않는다’, ‘자국을 깎아내려 무엇이 즐거운 것이냐’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확성기로 소음을 일으켰다. 전시를 중단하라는 항의 전화와 메일도 빗발쳐 나고야시는 경찰과 협력해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앞서 아이치 트리엔날레 기획전에서도 평화의 소녀상은 우익 세력의 반발로 사흘만에 전시가 중단됐다. 시민단체와 예술가 등이 전시 중단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법적 대응에 나선 후 2개월여 만에 전시가 재개됐지만, 전시가 끝나기 일주일 전이었다.

평화의 소녀상이 이번에 열린 전시장에 놓이기까지도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나고야시는 전시가 열리면 인파가 몰려 보안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까다로운 전시 조건을 내걸었고, 주최 측은 전시를 허가받는 데 3개월이 넘게 걸렸다. 소녀상 전시는 도쿄와 오사카에서도 추진됐지만 일본 우익 세력의 항의로 도쿄에서는 전시가 연기됐고 오사카에서는 이용 허가가 취소돼 주최 측이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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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의 공공 전시장 ‘시민 갤러리 사카에’(榮)에서 열린 ‘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서 6일 관람객들이 오우라 노부유키(大浦信行) 감독의 영상물 ‘원근을 껴안고 파트 2’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전시회에서는 안세홍 작가의 사진 연작물 <겹겹-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전 일본군 ‘위안부’의 여성들>도 전시됐다. 안 작가는 중국으로 동원됐다가 전쟁이 끝난 후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조선인 위안부 피해자와 동티모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제국주의 일본이 일으킨 침략 전쟁을 주제로 한 오우라 노부유키(大浦信行) 감독의 영상물 <원근을 껴안고 파트 2>도 전시됐다. 20세기 일왕이었던 히로히토(裕仁)의 모습이 담긴 콜라주 작품을 불태우는 화면에 아리랑을 배경음으로 넣었다.

9일부터는 옆 전시실에서 소녀상 전시에 반발해 ‘아이치 토리카에나하레’ 전시가 열린다. 2019년에도 열린 이 전시회에는 한복 차림의 여성이 매춘소로 보이는 집에 있는 그림도 전시돼 위안부 피해자를 모독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나고야시는 양 측 전시 주최측과 관람객 경로 등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

소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