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코로나 신규확진 1만명 돌파···“올림픽도 하는데 나만 왜?” 시민들 '인내심 바닥'읽음

박은하 기자
일본 하네다 공항의 오륜기 조형물에서 시민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일본 하네다 공항의 오륜기 조형물에서 시민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올림픽만 특별취급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집에 있으면 나만 손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사흘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에서 언론들이 전한 도쿄 시민들의 속마음이다. 일본 정부가 도쿄 등 수도권 일대에 긴급사태를 선포한 지 2주가 지났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들은 “올림픽 기간 축제분위기를 만들어놓고 나만 참으라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방역지침을 따르지 않는 시민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NHK는 29일 오후 6시 기준 일본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만699명으로 처음으로 1만명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전날 신규 확진자 9576명이 보고된 것에 이어 이틀 연속 최다기록을 깼다. 도쿄도의 신규 확진자도 3865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이날 해외선수나 의료진 등 올림픽 관계자의 감염은 24명 더 추가됐다.

전날 대회 조직위원회의 정례 기자회견에는 도쿄올림픽과 코로나19 확산세와의 관련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다카타니 마사테츠 조직위 대변인은 “감염자의 확산은 마음이 아프지만 전문가가 개방적인 곳에서 폭넓게 논의하고 있다”며 “올림픽 관계자들을 상대로 반복해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감염자 수는 억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일본 시민들의 마음에서 방역에 대한 의지가 무너지는 모습이 감지된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전날 일본 주요 기업들의 본사가 몰려 있는 도쿄 미나토구의 JR신바시역 인근은 직장인 등으로 혼잡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도 있었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목격됐다. 도쿄 세타가야구에 사는 22세 여성 직장인은 “또 젊은이들이 악당이 되는 것이냐”며 “우리는 여행이나 고향방문을 1년 넘게 참고 있는데 올림픽만 특별취급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최근 일본의 인터넷에는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젊은이들을 비난하는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치바에서 도쿄로 통근한다는 한 직장인 여성은 “날이 갈수록 아침 전철에 사람이 많아진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일본상공회의소는 기업들에 연일 재택근무를 실시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도쿄 고토구에 사는 한 여성 자영업자(69)는 “올림픽 관련 시설이 세워지는 걸 지켜봤다”며 “올림픽이 시작된 이상 스테이홈(집에서 머무는 것)은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번화가 식당이 저녁마다 직장인들로 가득하다는 말과 “행동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감염 확산은 막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시민들의 회의적 목소리도 들린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29일 도쿄도의 감염자 수 추이를 설명하는 NHK 뉴스 화면

29일 도쿄도의 감염자 수 추이를 설명하는 NHK 뉴스 화면

급속한 감염 확산과 시민들이 모임을 재개하는 등 방역수칙을 따르지 않으려는 경향은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코로나19 유행이 길어지며 시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진 탓이다. 일본의 경우 도쿄올림픽 개막은 불편함과 답답함을 참아온 시민들의 인내심을 무너뜨린 셈이다.

델타 변이의 빠른 감염속도까지 감안하면 향후 일본 정부가 강한 방역지침을 시행하더라도 시민들이 듣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후생노동성의 코로나19 전문가회의에 참석하는 와다 코우지 국제의료복지대학 교수는 “백신 접종이 진행되는 가운데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 안심하는 마음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는 긴급사태를 선언하면 2주 내 감염자 수가 줄어드는 경향을 볼 수 있었지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도 2배 이상 빨라 감염자 수 감소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NHK에 말했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에 따르면 수도권에선 신규 확진자의 70%가 델타 변이 감염자로 추정된다. 일본 전역의 1차 백신 접종률은 37%이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30일 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수도권 3개 광역지역에 긴급사태 선포를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도쿄올림픽 보름 전부터 도쿄도에 선포된 긴급사태가 감염 확산 통제에 별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이번 유행은 (지난해 가을철)3차 대유행과는 다르다. 중증환자가 되기 쉬운 60대 이상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며 젊은층의 백신 접종을 당부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유동인구도 줄고 있다”며 “도쿄올림픽 취소는 없을 것”이라며 재차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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