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그만” 도쿄 병원의 절규…중증환자 외 입원제한 조치 반대 확산

박은하 기자
‘올림픽 그만’이라고 창문에 써 붙인 다치가와상호병원. 자막의 뜻은‘코로나 재앙의 올림픽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유튜브.

‘올림픽 그만’이라고 창문에 써 붙인 다치가와상호병원. 자막의 뜻은‘코로나 재앙의 올림픽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유튜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중증 환자 외 감염자의 입원 치료를 제한한 일본 정부의 조치를 두고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더 이상 폭증하는 환자를 감당할 수 없다며 “올림픽 그만”이라고 써붙인 병원도 나타났다.

일본 중의원 후생노동위원회는 4일 회의를 열어 정부의 입원제한 조치에 대해 심사했다. 이 자리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부 조치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일본 정부는 전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주재로 열린 각료회의에서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입원 기준을 조정했다. 코로나19 관련 입원 환자 대상을 중증자나 중증화 위험이 있는 감염자로 제한하고, 이외 감염자들은 자택 요양을 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가정 사정 등으로 자택요양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숙박요양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 다카기 미치요(高木美智代) 의원은 “산소 흡입이 필요한 중등증(中等症) 환자를 자택에서 보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철회를 포함해 재검토해달라”고 다무라 노리히사(田村憲久) 후생노동상에게 요구했다. 일본 후생노동상은 코로나19 감염자를 심각성에 따라 경증(輕症), 중등증1, 중등증2, 중증(重症) 4단계로 분류한다. 입헌민주당의 나가쓰마 아키라(長妻昭) 의원은 “감염확대를 억제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무라 후생노동상은 “델타 변이의 감염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의료자원은 갑자기 늘지 않는 상황에서 위험이 높은 쪽의 병상을 확실히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양해를 구했다.

추진 과정의 소통도 문제가 됐다. 정부 자문기구인 코로나18 대책분과회의의 오미 시게루(尾身茂) 회장은 “정부와 매일같이 의견을 나누고 있지만 이 건에 대해서는 상담이나 협의를 한 적 없다”고 말했다. 입헌민주당 등 야 4당은 이날 입원제한 조치 철회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아즈미 준(安住淳) 입헌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자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정치가 생명을 버리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모임인 전국지사회는 “정부는 입원제한 조치 관련 보다 명확한 기준을 내놓아야 한다”고 3일 정부에 공식 서한을 전달했다.

자택 요양에 따른 의료공백 문제도 거론된다.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오사카부지사는 “왕진이나 방문 간호 등 의료 지원이 빠진 채로 자택 요양을 원칙으로 하는 것은 매우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오사카부는 지난달 시작된 일본 내 제4차 유행에서 크게 피해를 본 지역이다. 요양 중인 감염자 대비 입원율이 10%까지 내려가 자택 요양 중 사망도 잇따랐다. 오사카가 겪은 위기는 도쿄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도쿄도의 자택요양자는 지난달 상순 1000명 수준이었으나 지난달 31일에는 1만명을 돌파했다. 도쿄도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4일 4166명을 기록했다. 도쿄도 기타구 보건소의 마에다 히데오(前田秀雄) 소장은 “자택 요양자가 이 이상 증가하면 대응할 수 없게 된다. 극진한 치료가 필요한 중등증 환자가 자택 요양을 하게 되면 의료가 도착하지 않아 사망할 수도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에 말했다.

병상이 지금도 포화상태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의견도 있다. 다만 올림픽을 진행하면서 입원제한 조치를 펼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앞선다. 도쿄도 다치가와시의 다치가와상호병원은 병원 건물 창문에 “의료는 한계 올림픽 그만!”이라는 글귀를 써붙여 화제가 됐다. 구로키 게이분(黑木啓文) 병원 부원장은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관련 병상은 항상 가득 차 있는 상황이다. 일반환자를 희생시켜가며 돌보고 있다”며 “올림픽을 중지해주는 것이 베스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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