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이 남긴 후유증…코로나 병상 없어 집에서 죽는다읽음

박은하 기자

감염자 급증 ‘중증’만 입원
열 40도에도 병원에선 거부

자택요양 환자들 약 11만명
사망자 줄이어 “절반의 인재”

도쿄 올림픽이 일본 사회에 남긴 후유증 가운데 하나는 ‘집에서 앓는 사람들’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3일 중증환자나 중증화 위험이 있는 코로나19 환자만 입원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올림픽 기간 코로나19 감염자 급증에 따른 의료붕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시행 한 달 동안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자택요양 중 사망하는 사람도 잇따르고 있다. 자택요양 중인 환자는 2일 기준 11만명이 넘는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지바현 후나바시에 사는 2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24일 열이 40도까지 끓어올라 병원을 찾았다. 코로나19로 확진됐으나 입원할 필요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지난달 30일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등 병세가 악화됐다. 가족들은 119구급대를 불렀으나 받아주는 병원이 없었다. 현 당국이 병상을 조정하는 동안 A씨는 심정지로 사망했다.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에 혼자 사는 60대 남성 B씨는 자택요양 2주 만인 지난달 25일 숨졌다. 사망 이틀 만인 27일에 발견됐다. 자택요양 환자는 숙박·자택요양자 지원센터의 관리를 받는다. 환자 스스로 상태를 체크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센터에 연락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센터는 B씨가 전화로 첫 음성메시지를 남긴 지 5일 후 연락했고 그사이 사망한 것이다.

이처럼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해 숨지는 일은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지바현 가시와시에서는 30대 임신부 감염자가 입원할 곳을 확보하지 못해 집에서 조산하다 신생아가 사망했다.

병상은 여전히 포화상태이고, 자택요양 이후 이뤄져야 할 건강관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감염자 수가 많다는 점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NHK에 따르면 1일 신규 확진자 수는 2만31명이다. 누적 확진자는 151만1375명, 누적 사망자는 1만6154명이다. 한 달 새 신규 확진을 받은 사람은 50만명이다.

감염증 내과의사인 이와타 겐타로 고베대 교수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은 국민의 노력과 보건소의 적극적 역학조사로 감염 확대를 억제해 왔지만 (지난 7월 무렵) 국민들의 인내심이 떨어지고 보건소 업무도 붕괴된 상태였다”며 “정부는 국민의 위기감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올림픽에 빠져 감염 확대를 허용하고 말았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감염병 전문의사 수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도 근본적 문제였다. 그는 “자택요양은 병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선택해야 했던 필요악이었지만 현재의 상황은 ‘절반의 인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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