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내각, 아베 정권 연장 아냐...‘위안부’ 합의로 역공해 볼 수도”

김찬호 기자
경향신문은 한국의 외교안보, 경제, 군사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분석’, ‘다음 정부를 위한 정책 제안’ 등을 담은 연속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플라자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인터뷰는 ‘외교안보에는 좌우가 없다’는 원칙하에 다양한 진단과 대안을 가감없이 실을 예정입니다.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담겠습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오른쪽)와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 센터장이 지난 10월 5일 경향신문에서 기시다 후미오 내각에 대한 대담회를 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오른쪽)와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 센터장이 지난 10월 5일 경향신문에서 기시다 후미오 내각에 대한 대담회를 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총재가 일본의 100대 총리로 취임했다. 지난 10월 4일 출범한 기시다 내각은 각료 20명 중 17명이 새로 교체됐고, 그중 13명은 처음 입각한 인물들로 구성됐다. 이를 두고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해석과 아베 전 총리,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의 측근들이 다수 포함된 특색 없는 인사라는 해석이 교차한다. 기시다가 총리가 되는데 아베가 속한 ‘호소다’ 파벌의 지지가 컸고, 기시다 역시 아베 정권에서 4년 넘게 외무상을 지냈다는 점에서 후자의 해석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베 없는 아베 내각’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는 유임된 인사들의 영향이 크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기시 노부오 방위상이 재기용됐다. 기시다 내각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가 아베, 스가 내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는 갈등 상황에 놓인 한일관계가 앞으로도 해법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기시다 내각은 아베 내각과 달라진 것이 전혀 없을까. 특별한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 외교안보와 달리 경제부문에서는 변화가 엿보인다. 기시다는 이케다 하야토 전 총리가 일본 경제성장을 이끄는데 사용했던 ‘소득배증 정책’을 다시 내세웠다. 이케다가 만든 파벌 ‘고치카이’의 수장이기도 한 기시다는 경제정책에서 ‘아베노믹스’와 차별화를 시도한다. 특히, 이케다가 아베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에 이어 집권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아베가 기시의 정책이념을 따라갔다면, 기시다는 이케다를 추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복잡한 한일관계를 푸는데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일본 정치의 변화는 좋든 싫든 한국에 영향을 끼친다. 역사, 외교안보, 경제 등의 주요분야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기시다 내각의 성격과 정책 방향을 이해하는 것은 향후 대일정책 확립을 위한 필수요소다. 이에 ‘플라자 프로젝트’ 제3회는 ‘일본 내각 교체와 한일관계’라는 주제로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와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 센터장과 대담회를 준비했다. 기시다 내각에 대한 평가, 향후 한일관계 전망 등을 물었다. 대담은 지난 10월 5일 경향신문사에서 진행했다.

-기시다 내각의 출범을 어떻게 평가하나.

진창수(이하 ‘진’) “아베 내각 3.0이라는 평가가 많은데 일본 ‘파벌’ 정치의 변화를 이해하면 그렇게만 평가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당 총재를 당선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 파벌이었다. 이 때문에 파벌의 영수가 누구냐에 관심이 쏠렸다. 기시다 내각 막후에 아베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시각에서만 ‘파벌’을 본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이제는 파벌의 기능이 인사나 선거 공천권을 행사할 때 영향력을 주고받는 정도로 제한된다. 선거자금이나 유세 등을 돕는 식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기시다 내각 인사가 아베의 뜻대로 됐는지조차 의문이다.”

남기정(이하 ‘남’) “아베·스가 정권의 연장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실제로 당·내각 인사에서 변화 가능성이 보인다. 예를 들어, 당 인사에서 아베가 공개적으로 지지한 다카이치 사나에 대신 아마리 아키라를 간사장으로 임명했다. 다카이치는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으로 돌렸는데 인사로 따지면 수평이동한 셈이다. 당 총무회장직도 마찬가지다. 아베가 소속된 호소다파 안에는 결이 다른 두가지 흐름이 있다. 하나는 아베와 같이 강경한 미일동맹 중심의 보수세력이고, 또 다른 하나는 1970년대 총리를 지낸 후쿠다 다케오의 아시아 중시 외교를 계승하는 ‘후쿠다’ 그룹이다. 당 총무회장에 후쿠다 다케오 집안의 후쿠다 다쓰오가 내정됐다. 겉으로 볼 때는 아베의 영향력이 행사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니라는 것이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 / 이석우 기자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 / 이석우 기자

-내각 인사는 어떤가.

“기시다가 유약하고, 주변의 말만 듣는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번 내각 인사에서 책략가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대표적으로 아마리를 간사장에 앉힌 것이 신의 한수다. 아베가 걱정하는 것은 일명 ‘모리카케’ 스캔들이 다시 파헤쳐지는 것이다. 아마리는 금품 수수경력이 있어 이러한 유형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를 간사장에 임명한 것은 더 이상 모리카케 스캔들을 따지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국민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인사다. 기시다가 만약 이러한 국민적 반감까지 고려했다면 그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당 인사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방패로 내각 인사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며 쇄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각에 13명의 새로운 인물이 들어갔다. 심지어 3선밖에 안 되는 젊은 의원들도 있다. 기시다의 색깔이 담겨 있다고 본다.”

*‘모리카케’ 스캔들은 아베 총리 시절 모리토모 학교에 싼 가격으로 국유지를 매각한 것과 카케 학원 수의학부 신설에 내각이 압력을 가한 사건을 통칭한다.

-그렇다면, 기시다가 자신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드러낼 시점은 언제쯤이라고 보나.

“이번 10월 말로 예정된 중의원 선거, 내년 7월 참의원 선거가 중요하다. 총리는 선거에서 얼굴 역할을 해야 한다. 만약 선거에서 기시다가 선전을 한다면 본인 색깔을 내는 데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선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곧바로 자민당 총재를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늦어도 참의원 선거 이후면 기시다가 본인의 색깔을 내게 될 것이라고 본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 센터장 / 이석우 기자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 센터장 / 이석우 기자

-당장 일본의 정책변화는 있을 것이라고 보나.

“기시다 본인이 여러차례 기자회견 등에서 밝힌 바와 같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경제다. 레이와(일본 연호)판 ‘소득배증 정책’을 이야기한다. 처음 ‘소득배증 정책’을 말한 것은 이케다 하야토 전 일본총리였다. 이케다는 아베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에 이어 총리에 올랐다. 당시 기시가 개헌을 내세우며 정치 이념주의로 너무 경도되는 바람에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실각했고, 이 자리를 이케다가 ‘소득배증 정책’을 내세우며 집권했다. 현 상황도 유사하다. 기시다는 아베의 정치 중심주의와는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을 주장하며 새로운 일본형 자본주의를 제시한다. 이런 기시다의 모습에서 일본 국민은 전후 일본의 성공신화를 그려나간 이케다를 떠올릴 것이다.

“큰 틀에서 아베의 경제·외교 정책과 차이를 보이기 어렵다. 1차 아베 내각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한 격차사회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이마저도 1차 내각은 헌법개정 등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강했다. 2차 내각에서는 경제정책으로 승부를 봤다. 기시다 역시 신자유주의 탈각을 주장하지만 아베의 1·2차 내각과 마찬가지로 모두 재정확대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오히려 현재 상황은 아베의 2차 내각 때보다 대외경제환경이 좋지 않은 만큼 재정확대가 가속화될 수 있다. 확대된 재정적자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문제가 될 것이다.”

[플라자 프로젝트③]“기시다 내각, 아베 정권 연장 아냐...‘위안부’ 합의로 역공해 볼 수도”

-외교안보 측면에서는 모테기 외무상과 기시 방위상이 유임됐는데.

“아베·스가 내각의 기본 정책을 계승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기시다 역시 아베 내각에서 외무상으로 있었던 만큼 스스로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약간의 차이는 있다. 기시다는 외교와 관련해 세가지 각오를 말한다. 첫째는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가치관 외교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이라는 아베의 외교 구상을 계승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일본의 영토, 영해, 영공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셋째는 환경 등 인류 공통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 나간다는 것이다. 내용적으로는 기존 내각들과 특별히 다른 것이 없지만 순서와 방점이 다르다. 아마 아베 계열 인물이었다면 두 번째 각오를 첫 번째로 올렸을 것이다. 기시다는 인도태평양 구상을 이야기하면서도 미일동맹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민주주의, 인권 등에 방점을 두고 있다. 또, 환경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 등을 세 가지 각오의 하나로 거론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한미일 삼각안보체제였던 동아시아 안보질서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데.

“미국 바이든 정부는 동아시아에서 동맹과 함께 중국 문제에 대응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과거의 한미일 삼각안보체제는 쿼드나 보다 넓은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점차 변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우리가 언제까지 ‘전략적 모호성’으로만 이 변화를 버텨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오히려 이런 변화의 시기에 우리 색깔을 선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한국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방향으로 가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이 하고 있는 ‘가치외교’, ‘다자협력 추구’ 등에 한국도 적극 나서야 한다.

“미중 전략 경쟁 구도 속에 기존 질서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일본도 오커스(AUKUS, 미국 영국, 호주가 참여한 3국 안보협력) 출범에 긴장한다. 미일동맹에 기대했던 상황에서 복합적인 상황으로 환경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오커스에서 빠져 있기 때문에 유럽과 미국 사이에서 자신들의 역할이 있다고 볼 것이다. 다만 오커스 출범으로 핵잠수함 운용의 범위가 넓어지게 됐는데 기시다는 히로시마 출신 정치인으로 비핵 3원칙에 대한 입장이 확고하다. 이 점은 핵 없는 한반도를 지지하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일본에 역할이 주어질 때 적극적 자세를 보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외교문제를 한일 관계로 좁혀보면 역사 문제가 해결이 안됐는데.

“2019년 11월에 기시다를 실제로 만나본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일본에는 기시다가 차기 총리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한시간 정도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 느낀 점은 기시다가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 한일관계 미래는 어둡다’, ‘상황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이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는 것이었다. 다만 기시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보다는 한일관계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도 한국과 어쩔 수 없이 ‘대화해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다. ‘한국이 약속을 위반했다, 해결책을 가져오라’고 말하지만 이렇게 요구만 해서는 한일관계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도 안다.”

-기시다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주도한 인물 아닌가.

“그가 한 토론회에 참여해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문제를 두고 ‘공은 한국이 가지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국내에는 이 말만 전해졌다. 그런데 그는 이 말 앞에 ‘대화가 필요하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대화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일본 정치인은 아마 기시다가 처음일 것이다. 나름대로 고민해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 생각한다. 대화할 가능성이 있다면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 AP연합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 AP연합뉴

-우리 정부도 위안부 합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정부가 대일정책에 명확한 로드맵을 가지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문 대통령 역시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위안부 합의를 폐기한다고 했지만 실제 정권을 잡고 보니 어렵다는 것을 뒤늦게 안 것 같다. 그때라도 빨리 대일정책을 잘 정리해 일본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방침을 정했어야 하는데 우왕좌왕했던 것 같다. 좋게 말하면, 일관된 대일정책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고 비판적으로 말하면 대일정책을 국내 정치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뒤집었지만 후속 조치도 마련하지 못했고, 명예회복도 이뤄지지 못했다. 오히려 이제는 미해결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정부가 진보정권인 만큼 임기 말 위안부 문제나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겠다. 국민을 설득하고 해결기준을 만들어주면 차후 정부도 두고두고 활용할 수 있다.”

“기시다는 위안부 합의를 주도했기 때문에 이 합의가 자신의 ‘공’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를 역으로 활용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는 합의가 ‘흠결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이를 파기하거나 부정하지 않았다. 일본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뭔가 새로운 대안을 가져오라고 하는데 역으로 해당 합의를 근거로 일본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부분을 찾아내 압박할 수 있다. 우리가 일본이 위안부 합의를 어기고 있는 부분을 지적한다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일본 내 극우, 역사부정론자들일 것이다. 이들은 위안부의 존재나 위안부 합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일본이 인정하고 합의한 내용을 지키라고 하면 거꾸로 이들을 흔들 수 있다. 다만 위안부 합의는 국내적으로 이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고노담화를 대전제로 삼아 출발해도 좋다.”

-역사문제로 인한 한일갈등이 언젠가는 해결될 수 있는 것인가.

“구체적 방향이 없어 해결책을 모색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대안들은 백가쟁명식으로 많이 논의됐다. 문제는 한일 양국이 국내 정치적 문제 등으로 해답을 알고도 선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본만큼 역사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라도 없다. 계속 과거를 이야기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지워버리고 잊어버려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다. 그런데 이런다고 과거가 바뀌나. 해결할 부분이 남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한국 역시 비슷하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언제, 어느 정도까지 주요하게 다룰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 고민이 있어야 한다.”

“위안부 문제나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일본은 아예 고민이 없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래서 ‘위안부 합의 1㎜도 못 움직인다’, ‘강제동원 재판은 국제법 위반이다’는 식의 저급한 전략으로 나왔다. 대화 자체를 거부해 왔던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런 일본에 맞설 입체적 전략이 필요하다. 어쩌면 기시다가 총리가 된 것은 기회일 수 있다. 과거 위안부 합의 때 기시다 외무상이 대독했던 부분, 즉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하고 아베 내각총리대신이 사죄 반성한다고 했던 부분을 이제는 기시다 총리가 직접 말하면, 제3의 해법으로 나갈 수 있다.”

-다음 대통령에 조언한다면.

“한일관계 원칙은 과거사는 관리, 이익은 확대다. 과거사 문제는 갈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문제가 다른 문제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역사문제는 해결책을 만들려고 할수록 꼬인다. 그래서 관리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어떤 시기에 결단을 해도 분명히 뒤집어진다. 각국 정치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음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강제동원 문제를 풀겠다고 하는 것은 오판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여러 반발이 생기면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대신 새로운 과제에 대해 일본과 이익을 공유하는 부분을 만들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나 기후문제 등에서 한일이 협력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대북 문제가 있는데 일본이 방해자 역할을 하게 두면 안 된다. 이번 정부 초기에 했던 것처럼 일본과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역할을 논의해 봐야 한다.”

“한일관계는 역사와 경제안보를 분리한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는데 계속 투 트랙 접근에 기대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 역사는 다시 덮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리가 목표가 될 수 없다. 실질적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나 안보는 협력할 수 있으면 좋지만 안 해도 그만인 상황이다. 이는 일본의 수출규제조치 이후 오히려 확인됐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안보 이익을 절대시하면서 역사를 관리하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한편 심각한 저출산이나 기후변화 등은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 문제들이다. 새로운 트랙을 만들고 접촉면을 늘려 상호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한일관계를 주도하려고 하지 말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교류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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