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취임 한 달 만에 시험 ‘통과’…진짜 승자는 일본유신회

박은하·윤기은 기자

중의원 선거 결과 분석

<b>‘선거 승리’ 기시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회견</b>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전날 열린 중의원 선거 결과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도쿄 | EPA연합뉴스

‘선거 승리’ 기시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회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전날 열린 중의원 선거 결과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도쿄 | EPA연합뉴스

기시다 ‘컨벤션 효과’ 적중
자민당 승리 결정적 요인
보수 우익 성향 일본유신회
의석 ‘4배’ 늘어 41석 약진
공명당 밀어내고 3당으로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단독 과반’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취임 한 달 만에 치른 시험을 무난하게 통과했다.

기시다 총리는 선거가 치러진 전날 밤만 해도 표정이 어두웠다. NHK는 투표 종료 이후 “자민당이 212~253석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칫하면 자민당이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단독 과반을 놓칠 수도 있어 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자민당은 261석을 획득해 단독 과반(233석)을 넘어 ‘절대 안정 다수’ 의석을 확보했다.

■ 자민당, 절대과반 확보 배경은

자민당의 승리 배경에는 기시다 내각의 컨벤션 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기가 떨어진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물러나고, 기시다 총리가 새 얼굴로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에 돌입한 전략이 유효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완전 접종률이 70%를 넘어서면서 신규 확진자가 급감한 것도 지지율 회복에 기여했다. ‘새로운 자본주의’를 내세워 임금 인상을 강조하고, 경제 회복을 위한 수십조엔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득표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 등 5개 언론사의 공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대 유권자의 42%, 20대 유권자의 47%가 비례대표에서 자민당에 투표했다. 50대는 35%, 60대는 33%가 자민당에 투표해 연령이 올라갈수록 자민당 지지율은 다소 낮아졌다. 아사히신문은 “2014년과 2017년 선거부터 젊은층의 자민당 지지세가 두드러진 흐름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 “진짜 승자는 일본유신회”

야당은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며 자민당에 맞선 5개 야당의 의석은 131석에서 121석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110석에서 14석 줄었다. 반면 야당 중 우익 성향의 일본유신회는 11석에서 41석으로 의석수를 4배 가까이 늘리며 공명당을 제치고 제3당으로 부상했다. 자민당이 잃은 의석 일부가 일본유신회로 흡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 유권자들은 여전히 야당을 자민당의 대안세력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념이 다른 정당 간 ‘야권공투’의 시너지도 크지 않았다. 이번 중의원 선거의 ‘진짜 승자’는 일본유신회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일본유신회는 보수적 성향의 유권자가 많은 오사카 지역을 텃밭으로 다른 군소정당들과 합종연횡하며 몸집을 불려왔다. 일본유신회는 연립여당 편도, 진보적 야당 편도 아닌 제3지대 정치를 표방한다. 실제 일본유신회의 경제정책은 기시다 정부와 강조점이 다르다. 자민당은 성장과 분배 모두를 강조하고 사회복지 지원 수혜 대상을 늘리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추진하고 있지만, 일본유신회는 기업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조한다. 국방·안보 정책은 자민당보다 더 보수적이다. 이 때문에 단독 과반에 성공한 자민당과 함께 일본유신회의 득세로 일본의 안보정책이 한층 더 오른쪽으로 향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유신회 부대표인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도 일본유신회 도약을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요시무라 지사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지난해 3월 허술했던 중앙정부의 코로나19 대응책과 별개로 오사카 지역의 독자적 방역기준을 마련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는 교전권을 부정한 일본 헌법 9조의 개정과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찬성하는 극우 성향 인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의석이 줄어든 자민당이 헌법 개정이나 외교·안보 정책 등으로 입장이 가까운 일본유신회에 협력을 요구하는 장면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오사카 지역만을 중심으로 성장한 일본유신회의 인기는 일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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