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한파 기미야 다다시 교수 “한·일 모두 ‘안미경중’...공통 이해 기반해 ‘비대국’ 목소리 키워야”

박은하 기자
한국 정치와 한·일관계 연구로 일본 내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로 꼽히는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가 2019년 9월 도쿄대 고마바 캠퍼스 내 연구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사진 크게보기

한국 정치와 한·일관계 연구로 일본 내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로 꼽히는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가 2019년 9월 도쿄대 고마바 캠퍼스 내 연구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일본 내 대표적 지한파 학자로 꼽히는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에 따르면, 지금 한국과 일본은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가 달갑지 않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중국의 공격적 대외정책과 북핵 문제로 인한 안보 위험에도 똑같이 노출돼 있다.

기미야 교수는 지난달 28일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한·일 양국 국민들이 한일관계의 역사적 가치와 성취를 충분히 평가하지 않고 있다면서 경제발전과 인권,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쌓아올린 경험을 바탕으로 양국이 국제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 목소리를 내고 협력하면 미·중 신냉전 시대에 양국의 입지를 넓힐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일본 정부가 안보 문서를 개정해 보유하기로 한 ‘적 기지 공격능력(반격능력)’과 관련해서는 일본 시민 역시 군사강국에 둘러쌓였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으며 한일 국방비가 비등한 수준이라고 짚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일본에서는 미·중 선택을 강요받는 분위기와 관련해 어떤 의견이 지배적인가.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경제적 파트너이다. 경제를 중시하는 사람들일수록 미·중 양자택일이라는 상황에 내몰리고 싶지는 않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렇지만 만약 양자택일을 강요받게 된다면 역시 미국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상당수이다. 일본은 전후 미국과의 협력으로 경제대국이 된 경험을 갖고 있다. 중국에 관해선 공산당 일당독재라는 이질적 체제에 대한 거부감과 센카쿠 열도라는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영토 문제가 존재한다. 무엇보다 현상변경을 시도하는 중국의 군사적 안보 위협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 일본 정부는 지난달 16일 안보 문서를 개정해 중국을 도전, 북한을 위협으로 규정하고 ‘적 기지 공격 능력(반격능력)’ 보유를 밝혔다.

“당초 일본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요격 능력 확보와 동맹국에 대한 핵공격을 막아주는 미국의‘확장 억제‘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을 염두에 둬 왔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기술 향상으로 일본이 요격하기 어려운 미사일이 등장하고, 나아가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둔 미사일 개발 등에 직면할 경우 이 두 가지만으로는 일본의 안보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북한 등이 일본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징후가 뚜렷해질 경우 그 기지를 미리 타격하는 능력을 확보하고, 나아가 만약 미사일을 발사해 일본에 막대한 피해를 줄 때 제2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적 기지에 대한 공격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합리적인 안보 선택지라고 본다.”

- 그러나 한국과 중국에서는 “일본이 전쟁 가능 국가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우려가 많다.

“일본이 중국에게 안전 상의 위협인가? 상당히 의문이다. 다만 중국은 일본 자위대가 미군과 일체화되어 대만해협 문제에 개입한다면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일 것이다. 한국 언론은 과거 줄곧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우려한다고 주장해 온 만큼 이제와서 논조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실태를 보자면 현재 일본의 군사비는 한국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2022년 한국의 국방예산은 54조6000억원으로 일본의 약52조원을 넘어섰다. 일본의 2023년 방위예산은 전년보다 대폭 증액된 약66조원이며 한국은 57조원이다) 한국과 비교해 일본이 과연 군사대국인가. 전쟁 가능 국가라는 표현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종전에도 일본은 자위를 위한 전쟁은 배제하지 않았고, 이번 국가안보 3문서 개정에 관해서도 관련 조항을 크게 바꾼 것은 아니라고 본다.”

- 일본인들이 느끼는 안보 위기가 그렇게 심각한가.

“아마도 일본인의 일반적인 인식은 다음과 같은 이미지가 아닐까. ‘일본은 평화국가로서 여러 제약을 스스로 가해 왔다. 그러는 사이 중국은 일본을 훨씬 능가하는 군사대국이 됐고, 북한은 사실상 핵 보유국이 됐다. 한국도 일본에 버금가는 군사력을 가진 국가가 됐다. 과연 이대로라면 일본의 안보는 괜찮은 것일까?’ 물론 일본 정부는 이러한 안보정책 변화가 한국의 안보 이익과 충돌하는 것이 아님을 정중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 방위비 증액, 반격능력 보유 등과 관련해 일본 내에서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는지 궁금하다.

“이 대목이 바로 일본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여론을 보면, 약 60%는 반격 능력의 보유에는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기시다 후미오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그 절반 이하다. 일본 여론도 안보정책 전환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지지하지만 이를 위한 납세 부담 증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기시다 정권과 같은 약한 정권이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 반격 능력 보유와 관련해 한국인들은 한반도 유사시 한국 정부 동의 없이 일본 자위대가 개입할 가능성에 큰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일본 자위대가 단독으로 한반도에 상륙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이 어떤 형태로든 관여할 것은 확실하며, 그러한 주일미군의 후방지원을 위해 자위대가 관여한다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후방지원으로 자위대가 관여하는 것도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일까.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침략, 지배의 역사를 감안할 때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한반도 유사 사태를 가정한) 전략으로서 자위대 활동을 위험시하는 것은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 재건을 내걸고 일본과의 갈등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막대한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강제동원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에 의견서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한 일본의 분위기는.

“한일관계 개선이 한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윤 정권의 분명한 의지는 느낄 수 있다. 이는 일본에도 어느 정도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다만 문재인 정권 들어 한·일관계가 악화된 경위를 고려해 이는 모두 한국의 국내 문제이므로 일본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는 강경론이 일각에서는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일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안보문제는 갈수록 심각성을 높이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우선 이러한 점을 한·일 양국 정부가 국내 사회에 제대로 설명하고, 그 공통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호 간의 일정한 양보가 필요함을 제대로 설명해 나갈 필요가 있다. 안타깝게도 윤 정권이나 기시다 정권 모두 국민 지지율이 낮다는 의미의 약한 정권이어서 설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윤 대통령은 안보 문제 해결을 이유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한편 미국과의 핵 전력 운용 공동연습을 언급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독자적 핵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본은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로 ‘유일한 피폭국’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반핵감정’이 상당하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핵공유를 거론했을 때에도 부정적인 쪽이 더 많았다. 설령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되더라도 일본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은 10%에 불과하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이 핵무장을 단행할 경우 일본은 동북아 유일한 비핵보유국이 되고 만다. 따라서 일본에서도 핵무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은 냉전과 군비경쟁의 시대 권위주의 정권을 겪었고 일본도 20세기 전쟁으로 민주주의 체제가 파괴된 경험이 있다. 동북아 정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군비경쟁이 한일 양국이 구축한 민주주의를 내부에서부터 위협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확실히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다. 그러나 중국과 대만 관계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중국 자체가 경우에 따라서는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측면도 있다. 물론 싸우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군비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필요한 비용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도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기본적 가치를 지키는 모종의 동맹관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양국 정치와 관계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지난 한·일관계를 평가한다면.

“한국과 일본이 20세기 후반부터 쌓아 올린 관계의 면면에는 경제발전과 인권, 민주주의라는 상호 이로움을 가져온 것들이 있다. 이에 더해 양국은 보편적인 가치와 제도를 한·일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다른 나라에도 전달하고 안착시키는 노력을 해 왔다. 그러한 점을 생각해보면 한·일관계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는 지구온난화 문제나 지속가능한 개발 등 현재 세계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문제는 한·일 쌍방 국민 모두 한·일관계를 실제의 가치나 성취보다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 아닐까 한다.”

- 미·중갈등이 격화되는 현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은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독자적인 노력을 할 수 있을까.

“한·일 모두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그 사이에서 꼼짝 못 하게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 점에 대해 양국은 이해를 공유한다. 그렇다면 그러한 공통성에 기초한 협력이라는 선택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나는 역시 안보나 가치 등 핵심적인 측면에서 한·일 모두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기축으로 삼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범위 안에서 미·중 갈등이 한·일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나아가 미·중이라는 강대국 중심·우선 질서가 아니라 한·일과 같은 ‘비(非) 대국’의 발언력이 더욱 반영될 수 있는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미·중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는 외교 능력을 한·일 모두 갖춰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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