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떠나면 아이 1인당 100만엔”…인구 분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본읽음

김혜리 기자

기존 자녀지원금 30만엔서 3배 이상 늘려

최소 5년 거주해야…미충족 땐 다시 반납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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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수도 도쿄 일대에서 지방으로 이사하는 가족에게 자녀 1인당 975만원 상당의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역 간 인구 격차가 점점 벌어져 지방 소멸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주를 장려하는 유인책을 내놓은 것이다.

3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는 4월부터 도쿄 등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사하는 가족에게 18세 미만 자녀 1인당 이주지원금 100만엔(약 975만원)을 지급할 방침이다. 기존 자녀지원금이 30만엔(약 292만원)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지원 금액을 3배 이상 대폭 늘린 셈이다. 지원금의 절반은 중앙 정부가, 나머지 절반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지원금 사업에 참여하는 지방자치단체는 1300여개로 전국의 80%에 해당한다.

이는 수도권에 몰린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지방으로 이주하는 가족 중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에 다니거나 ▲재택근무로 이주 전 직장에 계속 다니거나 ▲이주한 지방에서 창업한 이가 있다면 기본 지원금으로 100만엔을 지급하고 있다. 예컨대 가장이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에 다니고, 아이가 2명인 4인 가구는 현재 기준대로라면 160만엔(약 1560만원)을 받겠지만, 오는 4월부터는 바뀐 규정에 따라 300만엔(약 2920만원)을 지원받게 된다.

이주지원금 지급 대상은 현재 도쿄 23구에 거주 중이거나 사이타마현·지바현·가나가와현 등 수도권에서 도쿄로 통근하는 주민들이다. 지원금을 받은 이들은 지방에서 최소 5년간 거주해야 한다. 5년을 채우지 못하고 도쿄 등 수도권으로 돌아가면 지원금을 반납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대규모 지원금 사업에 나선 것은 저출산·고령화·청년 인구 유출 등으로 ‘지방 소멸’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전체 인구는 2021년 10월 기준 1억2550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4만4000명 줄어 역대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너무 심각해 지난해엔 지방으로부터 인구가 유입되는 수도권조차 1975년 이래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지방 이주지원금 제도를 도입했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주한 가구는 2019년엔 71개, 2020년엔 290개였지만 코로나19가 대유행한 2021년에는 1184개로 크게 늘었다. 일본 정부는 2027년까지 도쿄 인구 1만명이 지방 도시로 이주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지원금 지급 정도로는 인구 분산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원격 근무가 대중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쿄의 새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1989년 일본 부동산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보다 더 높아졌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도심에서 거주할 이유가 줄어들었지만 경제 중심지로서의 도쿄의 위상이 여전해 인구를 계속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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