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총선에서 여당 국민의힘이 참패한 것을 두고 일본 주요 언론은 한·일 관계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더라도 일본에 비판적인 야당의 견제가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정부는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소송 문제를 기존의 ‘제3자 변제’ 해법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11일 보수 성향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총선에서 여당이 고전하면서 윤석열 정권 미래에 불투명성이 감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선거 결과를 인용하며 “최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우세해 윤 대통령은 2027년까지 남은 임기 3년 동안 힘든 국정 운영을 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측근을 인용하며 “옛 징용공(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소송 문제 해결책 발표 등 윤 대통령이 주도해 왔던 대일 정책에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한 뒤 “일본에 비판적인 야당 목소리가 필연적으로 강해져 한·일관계도 시련을 맞을 수 있다”고 짚었다.
진보 성향 일간지 아사히신문도 “윤 정권의 구심력 저하를 피할 수 없게 됐다”며 “개선되고 있던 한·일관계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질 듯하다”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이번 선거 결과가 윤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 기조를 크게 바꿀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가 우세하지만, 옛 징용공 소송 등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에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불만도 있어 야당 측이 정권 비판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윤석열 정부는 이미 출범 때부터 여소야대였다. 입법과 예산과 같은 내정 정책과 달리 외교·안보 정책은 윤 대통령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강한 신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선거 때문에 대일 정책을 바꿀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닛케이는 이어 “윤 대통령이 가장 힘을 쏟았던 징용공 문제에는 (제3자 변제) 해법을 끝까지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불투명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입법으로 이 해법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강제동원 피해 소송 문제를 두고 “한국 정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조치에 근거한 대응이 이뤄져 왔고 지속해서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야시 장관은 이 조치가 “한국 재단이 원고에 판결금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한국 정부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민간에서 재원을 모아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피고 기업 대신 배상금 등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해법을 내세웠다. 하야시 장관의 발언은 일본의 기존 입장대로 이 방식을 계속 시행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야시 장관은 한국 총선 결과를 두고는 “다른 나라의 내정에 관한 사항이므로 언급을 삼가겠다. 양국은 국제사회의 여러 과제에 함께 대처해야 할 파트너이며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