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사고도, 불안도, 논란도 급증세…“예방이 최우선 대책”

권재현 기자
지난 3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돌진한 택시가 인근에 견인돼 있다. 정효진 기자

지난 3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돌진한 택시가 인근에 견인돼 있다. 정효진 기자

‘급발진’ 관련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덩달아 불안과 함께 우려와 논란도 커지는 양상이다. 원인 규명과 별개로 사고 예방이 최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고령자 급증에 따른 교통사고로 우리보다 앞서 홍역을 치른 일본 도요타 등은 수년 전부터 ‘셧다운’ 프로그램 장착을 강화하는 추세다. 자동차가 갑자기 튀어 나간다고 느끼면 소프트웨어가 알아서 자동차 시스템 전원부터 차단하는 방식이다. 지난해에는 일본 국토교통성이 모든 신형 자동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부착하기 위한 국제 표준 마련에 착수했다.

국내 대표 완성차 기업인 현대자동차는 아직 소극적인 편이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밟는 비상 상황 시 ECU(Electronic Control Unit, 엔진·변속기·브레이크 등 차량의 주요 기능을 제어하는 컴퓨터)를 통제해 가속 페달의 신호는 무시하고 브레이크 페달의 신호만을 전달해 차량을 정지시킬 수 있는 ‘브레이크 스로틀 오버라이드’ 시스템을 2012년 이후 출시 차량에 적용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운전자의 응급 대처법으로 한국자동차연구원은 “페달을 밟고 있는 발을 모두 떼라” “기어를 N단(중립)으로 변경하라” “사이드 브레이크 또는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EPB)를 동작하라” 등을 주문한다.

문제는 이론과 현실이 다르다는 점이다.

자동차급발진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패닉 상황에 부닥친 운전자한테 이런 요구는 모두 공자님 말씀에 불과하다”며 “주차 중 차를 들이받든지, 가드레일(방호울타리)의 측면을 들이받든지 해서 일단 차를 세우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 또한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 이번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에서도 드러났듯이 급가속을 시작한 차량이 너도나도 주차 중 차량이나 보도 위 가드레일을 향한다면 무고한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지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순식간에 ‘거리의 흉기’로 돌변하는 일을 막으려면 결국 급가속 현상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운전자들이 카메라나 센서를 활용해 충돌이 예견될 때 차량 스스로 속도를 줄이거나 멈춰 서도록 ‘비상자동제동장치(AEBS)’ 설치를 유도하는 방안이 대책으로 거론된다.

자동차 규칙 개정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초소형 자동차와 경형 승합차를 제외한 자동차에 AEBS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이전에 출시된 자동차에는 해당 장치가 없는 사례가 더 많다.

자동차연구원에서 개발한 ‘자동차 비상 정지 장치’도 참고할 만하다. 차량에 해당 스위치를 달아 위급 상황에 처한 운전자가 누르면 엔진 차는 점화플러그 계통 전원을 차단하고 전기차의 경우는 고전압 릴레이 전력을 차단해 가속력을 막는 기술이다. 자동차연구원 자율주행연구소 김용은 책임연구원은 “규제와 인증 이슈 때문에 양산 단계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했고, 지금은 민간에 관련 기술을 이전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사후 소비자 보호 대책도 중요하다. 사고 원인 규명에 도움을 주는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김필수 교수는 “당장 사고를 예방할 순 없어도 업계의 기술 개발이나 운전자의 주의를 촉구하는 효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급발진 관련 사고 확률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급발진 관련 사고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에 이어 자율주행 차량까지 등장하고 있어서다. 전기차의 경우 가속이 빠른 데다 충돌하면 바로 화재로 이어지기 쉬우므로 훨씬 치명적이다. 한국자동차안전학회 부설 연구소 윤영한 소장은 “인간의 실수를 줄이는 보완 차원에서 개발된 자율주행 기술이 지금은 인간의 편의성을 높이는 차원으로 지나치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 주객이 전도된 느낌마저 든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특정 연령층(고령자)의 문제로 단순화하는 경향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동차시민연합 임기상 대표는 “10대는 운전 미숙, 과속, 휴대전화 사용이, 20대는 음주 운전, 과속 및 난폭운전, 졸음운전이, 30대는 졸음운전, 과속, 휴대전화 사용이, 40대는 졸음운전, 과속 및 난폭운전, 부주의가, 50대는 건강 문제, 졸음운전, 부주의가, 60대 이상은 인지 기능 저하, 운전 능력 저하, 약물 부작용이 주요 사고 원인”이라며 “모든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종합적이고 과학적인 교통사고 감소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동차시민연합에 따르면 스웨덴은 모든 연령의 운전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운전 능력을 평가하고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일본은 75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운전면허 갱신 시 운전 적성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인지 기능 저하가 발견되면 추가 검사를 거쳐 면허 갱신이 제한되거나 면허 반납을 권고한다. 영국은 70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3년마다 운전면허 갱신 시 건강 상태와 운전 능력을 평가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일 택시 돌진 사고로 부서진 차량이 국립중앙의료원 앞에 서 있다. 정효진 기자

지난 3일 택시 돌진 사고로 부서진 차량이 국립중앙의료원 앞에 서 있다.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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