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긱 워커’에도 최저임금·유급휴가 적용 방침”

조문희 기자
플랫폼 노동을 형상화한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플랫폼 노동을 형상화한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본 정부가 개인 사업자로 분류돼 온 ‘긱 워커’(gig worker·초단기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과 유급 휴가 등을 인정할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올해 중 지침을 공표해 긱 워커에 대한 처우 개선을 도모할 방침이다.

긱 워커는 업무위탁계약에 따라 일하는 초단기 근로자로,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단발성 계약을 맺기 때문에 업무 수주 건수에 따라 매일 수입이 달라진다. 배달 노동자, 프로젝트별로 업무를 맡는 정보기술(IT) 개발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새 지침의 핵심은 긱 워커를 ‘노동자’로 간주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긱 워커는 그간 개인 사업자로 간주돼 최저임금이나 유급휴가 등을 인정받지 못했다.

배달의민족 오토바이 모습. 연합뉴스

배달의민족 오토바이 모습. 연합뉴스

새 지침 마련은 일단 법과 현실의 괴리가 생긴 탓이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노동기본법이 현행 노동자성 인정 요건을 제시한 때는 1985년으로, 당시 고려 대상은 기업 소속 정규직과 단시간·아르바이트 노동자 등 비정규직 정도였다. 지금은 디지털 기술 확산에 따라 고용 계약이 아닌 서비스 제공 계약 형태로 일하는 긱 이코노미가 점점 커지는 추세다. 일본 공익재단법인 NIRA종합연구개발기구와 오쿠보 도시히로 게이오대 교수가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에서 부업으로 긱 워커를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약 275만명으로 추정된다.

인구 감소에 따른 인력 부족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긱 워커를 잘 활용하는 게 기업에도 이익이란 판단 또한 정부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긱 워커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면 일본 전체적으로 임금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긱 워커와 사용자 간 분쟁 요소를 줄이려는 목적도 있다. 긱 워커 중에는 사실상 위탁 회사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아 본인 재량권은 거의 없는 사례가 여럿 보고됐다.

후생노동성은 새 지침에서 지휘 감독의 정도를 예시할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예컨대 인공지능(AI)이나 알고리즘이 배달 경로 등 업무 지시를 내린 경우에는 발주 기업의 지휘 감독으로 간주된다. 반대로 긱 워커에게 일 의뢰나 지시를 거부할 자유가 있다면 개인 사업자로 여겨진다.

다만 긱 워커 중에는 고용관계에 있는 노동자로 취급되는 것을 도리어 제약으로 여기고 꺼리는 이들도 있어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긱 워커를 노동자로 보호하는 안인 ‘플랫폼 노동지침’을 제안해 통과시켰다. 이와 달리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최근 우버 등 운전자를 포함한 일부 긱 워커의 경우 최저 소득은 보장받되 개인 사업자로서 계약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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