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검찰이 재심을 통해 일가족 살해 혐의를 벗어난 전직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씨(88)에 대해 8일 항소를 포기했다. 재심 재판부가 ‘조작 수사’를 지적하며 무죄를 선고한 지 12일 만이다. ‘세계 최장기 복역 사형수’로도 알려진 하카마다씨는 이로써 사건 발생 58년 만에 살인 누명을 완전히 벗게 됐다.
우네모토 나오미 일본 검찰총장은 이날 담화에서 “하카마다씨가 상당 기간 불안정한 법적 지위에 놓인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재심 결과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면 무죄가 확정된다. 일본에서 확정 사형수에 대해 재심에서 무죄가 나온 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5번째다.
아사히신문은 “검찰 내에서는 (수사) 조작 인정에 반발이 있었고 항소도 시야에 넣고 검토하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항소해도 무죄를 뒤집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배경을 전했다.
앞서 시즈오카지방재판소는 지난달 26일 하카마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구니이 고우시 재판장은 검찰이 작성한 하카마다씨의 자백 조서와 의류 등 3가지 증거 살펴본 결과 수사 기관의 조작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장은 “여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 데 대해 법원으로서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카마다씨는 지난 1966년 자신이 일하던 시즈오카현 된장 공장에서 일가족 4명을 강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강압 수사로 어쩔 수 없이 거짓 자백을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1980년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누나인 하카마다 히데코씨는 이후에도 동생의 무죄 규명에 힘썼다. 사형 판결 증거였던 혈흔이 묻은 옷이 무죄 주장의 이유이기도 했다. 하카마다씨와 사이즈가 다른 데다, 옷에 묻은 혈흔의 유전자가 하카마다씨의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게 변호인 측 주장이었다.
수사기관이 증거를 조작한 정황도 나타났다. 수사기관은 사건 발생 시점부터 9개월이 지난 뒤 수습한 옷에서 확인된 혈흔이 ‘짙은 붉은색’이라고 적시했으나, 변호인 측은 “혈흔은 1년이 지나면 검게 변하고 붉은색이 사라진다”고 반박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재심 청구 끝에 2014년 재심 결정이 내려졌고 하카마다는 수감 48년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검찰의 불복 신청이 이어졌지만 2020년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재판소에서 재심 결정이 최종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