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사상 첫 여성 보안요원·남성 동행 규율도 폐지…달라진 ‘메카’

윤기은 기자

45세 미만 여성 홀로 순례 등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 영향

이슬람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대사원에서 여성 보안요원들이 지난 20일(현지시간) 경비를 서고 있다. 메카에 여성 보안요원이 배치된 것은 사우디 역사상 올해가 처음이다. AP연합뉴스

이슬람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대사원에서 여성 보안요원들이 지난 20일(현지시간) 경비를 서고 있다. 메카에 여성 보안요원이 배치된 것은 사우디 역사상 올해가 처음이다. AP연합뉴스

무슬림들의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가 올해부터 달라졌다. 사우디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보안요원들이 성지를 지켰다. 여성은 남성 보호자와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는 규율도 폐지되면서 혼자서나 동성 동행인들과 함께 메카를 찾은 여성들도 있었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무슬림들의 연례 성지순례인 하지 기간 동안 메카 대사원을 지키는 여성 보안요원들의 모습을 전했다. 카키색 군복을 입은 여성 요원들은 검은색 베레모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메카 대사원 주변을 돌아다녔다. 이들은 검은색 히잡으로 머리카락을 가렸다. 이번에 메카 현장에 처음 투입된 모나는 “가장 신성한 장소에서 성지순례객들을 지켜 명예롭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수십명의 여성 요원들은 지난 4월부터 메카와 메디나에서 경비를 섰다.

올해부터 모든 성인 여성 순례객들은 남성 보호자 없이 메카를 찾을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만 45세 미만의 여성은 반드시 남편이나 남성 친척과 함께 메카를 방문해야 했다. 사우디 당국은 올해 하지 기간 메카를 찾는 사람 40%가 여성이라고 밝혔다.

여성 무슬림 부쉬러 샤는 올해 혼자 메카를 방문한다. 샤는 자신이 순례를 가 있는 동안 남편이 아이를 돌보기로 부부간 상의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현지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마르와 셰이커는 “남성 보호자 없는 성지순례는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들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정책인 ‘비전 2030’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개혁을 발표한 이후 사우디 당국은 2018년 여성의 운전과 축구경기장 입장을 허용했고, 이듬해에는 21세 이상 여성이 남성 없이 해외여행을 가는 것도 허용했다.

하지만 현지 여성 단체들은 사우디의 여성 인권이 진전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은 지난해 여성 운전 금지와 남성 후견제 반대 운동을 벌인 자국 여성인권 운동가인 루자인 알하틀룰에게 국가안보법과 반테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징역 5년8개월을 선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메카 성지순례 여행사 중 아직도 남성 보호자 동행을 조건으로 걸고 있는 여행사들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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