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가뭄’ 아프리카, WHO와 손잡고 코로나 백신 복제 나선다읽음

김혜리 기자

남아공 아프리젠사, 모더나 참고해 제작 노력 중

부국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쓸어가면서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가 새로운 길을 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원을 받아 코로나19 백신 복제에 나선 것이다.

미 공영라디오방송 NPR은 24일(현지시간) WHO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위치한 제약회사 ‘아프리젠 바이오로직스 앤드 백신’과 함께 모더나사의 코로나19 백신과 최대한 흡사한 mRNA 백신을 제작하려 노력 중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프로젝트의 담당자인 WHO의 마틴 프리데는 모더나 백신을 복제 대상으로 삼은 이유로 실용성을 꼽았다. 모더나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지식재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여러번 밝힌 만큼 백신 복제에 성공해도 소송을 당할 위험이 적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 화이자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정보가 공개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젠은 모더나가 제출한 특허 정보 등을 모아 제작 방식을 유추해 나가는 방식으로 백신을 복제할 계획이다. 아프리젠의 페트로 트레블란셰 상무이사는 “지금까지 백신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도구와 특수한 재료들은 대부분 알아냈지만 약물의 정확한 농도나 섞는 횟수는 아직 모르는 상태”라고 말했다.

WHO가 백신 개발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백신을 복제하는 데 직접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선진국과 중·저소득 국가 간의 백신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엔이 지원하는 백신 공급 프로젝트인 코벡스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WHO 통계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의 전체 인구 중 4.4%만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54개국 중 절반은 2차 접종 완료율이 2%도 채 못 된다. 톰 프리든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세계가 모더나와 화이자에 인질로 잡혀 있다”고 표현할 정도다.

WHO는 아프리젠이 모더나 백신 복제에 성공할 경우 전 세계 제약사에 백신 제작 과정을 전부 공개할 계획이다. 아프리젠은 앞으로 1년 안에 임상시험에 착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을 복제해 판매하는 시점이 되면 지식재산권 문제가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AP통신은 전망했다.

백신 제작 방식을 공개하라는 모더나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미국 상원의원들은 모더나가 미국 국민들의 세금을 지원받아 백신 개발에 성공한 만큼 조 바이든 정부가 모더나로 하여금 백신 개발 과정을 공개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프리데는 “WHO는 모더나와 대화하고 있다”면서 “모더나가 기술 전수에 동의할 것이란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더나로부터 기술을 전해받으면 복제 백신을 만들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3~4년에서 2년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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