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8년 만에 경찰청장 교체…‘히잡 시위’ 진압 강화 목적

박효재 기자
아흐마드레자 라단 신임 경찰청장이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흐마드레자 라단 신임 경찰청장이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7일(현지시간) 시위대 강경 진압으로 유명한 인사를 신임 경찰청장에 임명했다.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반정부 시위를 전임 경찰청장이 제대로 진압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문책성 인사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국영통신 ISNA 등은 경찰전략연구센터를 이끌어 온 아흐마드레자 라단이 새 경찰청장에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경찰청장 교체는 8년 만이다.

영국 런던 소재 방송 이란 인터내셔널은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전임 청장인 호세인 아쉬타리의 무른 진압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치 전문가인 메르자드 보루제르디도 AFP통신에 “최근 하메네이가 반정부 시위를 효과적으로 진압하지 못한 아쉬타리를 심하게 비난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전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성명을 통해 라단 신임 경찰청장에게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공공의 안녕을 확보하라”면서 경찰의 능력을 향상시키라고 촉구했다.

라단 신임 청장은 강경 보수파로 분류되며 각종 시위를 강경 진압한 인물로 악명 높다. 이슬람 신정체제 유지 군조직인 이란혁명수비대 장교 출신으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경찰청 차장을 지냈다. 그는 차장 재임 도중인 2009년 대선 직후 부정선거 의혹으로 일어난 녹색운동을 무차별 강경 진압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당시 경찰이 자의적 구금을 일삼았으며, 다수 시위대가 경찰 진압 과정에서 부상하고 숨졌다면서 라단을 인권 유린에 따른 제재 인사 명단에 올렸다.

라단은 히잡 착용 준수 등을 단속하는 도덕경찰을 조직하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부터 이란 전역에서 4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는 20대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혐의로 도덕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하면서 촉발됐다.

라단의 경찰청장 취임으로 반정부 시위 강경 진압 기조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의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08명이 시위 참가 도중 목숨을 잃었다. 구금된 시위 참가자는 최소 1만9000명으로 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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