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 맹폭…극우 강경파에 휘둘리는 네타냐후읽음

손우성 기자

이슬라믹 지하드 본거지 두 차례 대공습

민간인 포함 15명 사망 등 아수라장

‘극우’ 오츠마 예후디트, 네타냐후 압박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시민들이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사망한 이슬라믹 지하드 고위 사령관 칼릴 알 바티니의 시신이 담긴 관을 들고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시민들이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사망한 이슬라믹 지하드 고위 사령관 칼릴 알 바티니의 시신이 담긴 관을 들고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 본거지인 가자지구에 두 차례 대공습을 단행했다.

명분은 이스라엘 감옥에서 86일간 단식 투쟁을 벌이던 이슬라믹 지하드 고위 인사 카데르 아드난의 옥중 사망으로 촉발된 분쟁 때문이지만, 극우 강경파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이스라엘 정치 구조가 만들어낸 비극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밤 전투기를 동원해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주에 있는 이슬라믹 지하드의 대전차 유도 미사일 기지를 폭격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 공격으로 2명이 사망했고 2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사망한 2명이 이슬라믹 지하드 대원이라고 주장했지만, 알자지라 등 아랍권 매체는 일반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앞서 이날 오전에도 전투기를 포함한 항공기 40대를 출격 시켜 가자지구 전역을 공격했다. 외신들은 이슬라믹 지하드 고위 사령관 3명을 포함해 13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두 차례에 걸친 공격으로 총 15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팔레스타인 측은 여성과 어린이가 다수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이슬라믹 지하드의 이번 충돌은 지난 2일 아드난의 죽음으로 촉발된 분쟁의 연장선에 있다. 아드난은 지난 2월 테러 혐의로 이스라엘군에 체포된 이후 86일 동안 단식 투쟁을 펼치다가 사망했다. 이슬라믹 지하드는 이스라엘 당국이 아드난의 치료 요청을 거부했다며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로켓을 다수 발사했다. 이스라엘군도 대응에 나섰지만, 당시엔 일회성 공방에 그쳤다.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를 이끄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 AP연합뉴스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를 이끄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 AP연합뉴스

문제는 이후에 벌어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 리쿠드당과 연정을 이루고 있는 극우 성향 오츠마 예후디트(이스라엘의 힘)가 이스라엘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를 비판하며 모든 국정 활동을 중단했다. 오츠마 예후디트 대표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은 각료회의 불참을 통보했고, 오츠마 예후디트 소속 의원들은 크네세트(의회)에서 리쿠드당에 훼방을 놓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결국 이날 가자지구에 로켓을 퍼부었고, 1차 공격으로 이슬라믹 지하드 사령관 3명이 사망하자 오츠마 예후디트는 성명을 통해 “다시 국정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매체 이스라엘하욤 등은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세력 공격에 항복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의 취약한 지지 기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은 전체 120석 가운데 32석을 얻는 데 그쳤다. 극우 정당 도움으로 과반인 64석을 확보해 겨우 연정을 구성했지만, 6석을 가진 오츠마 예후디트는 사사건건 네타냐후 총리를 흔들었다. 자신들이 이탈할 경우 과반이 무너져 연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벤그비르 장관은 이스라엘군의 두 차례 공습 이후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서 적극적인 작전을 펼친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우리의 정책을 바꿀 때가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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