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휴전 끝났다…가자지구 지상전, 남부로 확산 코앞

김서영 기자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숨진 가족들을 애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숨진 가족들을 애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주일 간의 짧은 휴전이 끝난 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강대강 대치를 재개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에 집중 공세를 펼치고 소개령을 내리며 향후 지상전을 남부로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가자지구 전역이 포화에 휩싸이면서 주민들은 더는 대피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하마스 정치국 2인자 살레흐 알아루리 부국장은 “현재 진행 중인 휴전 협상은 없다. 이스라엘은 새로운 조건에 따른 인질·수감자 교환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추가 휴전 논의가 결렬됐음을 뜻한 것이다.

앞서 이스라엘 대외정보기관 모사드가 카타르에서 휴전 재개를 논의하기도 했으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최종 철수했다. 이후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다시 공격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하마스는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을 향해 로켓 포격을 가했다. 대부분 아이언돔 방공망에 요격됐으나 이번 포격은 최근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가장 큰 로켓 공격으로 꼽혔다. 하마스는 “민간인 살해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인질 되찾기와 하마스 제거라는 모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전쟁은 계속된다”고 선언했다.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지상전이 필요하다. 우리 군은 휴전 동안 완전한 승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지상전, 남부로 확대 코앞

이스라엘군이 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국경을 따라 병력을 집결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국경을 따라 병력을 집결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은 전날 휴전 종료를 선언하고 하루 동안 400건 이상의 공격을 퍼부었다. 특히 가자지구 남부가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가자시티를 비롯해 북부를 어느 정도 장악한 이스라엘군이 작전 목표를 칸유니스 등 남부 거점으로 돌린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 정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7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3일 밝혔다. 유니세프 대변인인 제임스 엘더는 칸유니스의 나사르 병원을 둘러본 후 “어디를 가든지 3도 화상, 뇌 손상, 뼈가 부러진 아이들이 있다. 죽음이 몇시간 남지 않은 아이들 앞에서 엄마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면서 “이곳은 지금 죽음이 지대”라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칸유니스와 그 인근 지역에서 앞으로 작전을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2일 이스라엘 군용기는 칸유니스 일대에 소개령 전단을 살포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 전단에는 가자지구 전역을 2300개 구역으로 나눈 지도로 연결되는 QR코드가 표기됐다. 이 QR코드를 식별해 자신의 집이 공격 범위 내에 포함되면 대피하라는 취지다.

이번에 뿌려진 전단에선 칸유니스가 ‘위험한 전투 지역’으로 언급됐다.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 국경과 맞닿은 남부 마을 주민을 향해 더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경고했으며, 가자시티를 비롯한 북부 주민들에게는 서쪽으로 대피하라고 명령했다.

이 같은 집중 공세와 소개령을 두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로의 지상 침공 발판을 본격적으로 마련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이번 전쟁은 3개월 차를 맞아 가자지구 북부 지상전을 거쳐 남부 지상전으로까지 확대된다. 가자지구 전역이 명실상부한 전쟁터가 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두 달을 넘긴 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가디언 역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수십개 ‘대피 지역’으로 나누는 ‘전쟁 다음 단계’를 마련했다. 이는 가자지구 남부를 점진적으로 장악하려는 계획의 핵심 부분”이라고 짚었다.

‘남부로 대피하라’더니…더는 안전한 곳 없다

가자지구 주민들이 2일(현지시간) 남부 거점 도시 칸유니스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대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가자지구 주민들이 2일(현지시간) 남부 거점 도시 칸유니스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대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에 따라 가자지구 남부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의미조차 상실할 전망이다. 이스라엘군은 그동안 북부 주민들에게 남부로 대피하라고 촉구했으나, 지상전이 남부로 번지면 더이상 대피는 의미가 없어진다. 남부 주민과 북부에서 떠밀려온 피란민들은 이미 지난 1~2일 ‘공포의 날’을 보냈다. 알자지라·CNN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남부의 주거용 건물과 난민촌에 폭격이 이어져 사상자 수백명이 발생했다.

두 아들을 데리고 북부에서 남부로 내려온 한 주민은 “폭격이 남부를 겨냥하고 있다. 남부로 대피한 것을 정말 후회한다. 강제로 집에서 쫓겨난 뒤 살해당할까 두렵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그의 친척은 “우리가 지금 원하는 건 (차라리) 죽는 것이다. 그러면 이 모든 위협과 괴로움을 겪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소개령 전단을 접한 한 칸유니스 주민(80)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잃었기 때문에 대피하지 않겠다면서 “더이상 두려워할 것이 없다. 집도, 재산도, 아들들도 사라졌다. 울어야 할 게 뭐가 남았나”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야멘 역시 “데이르 알발라, 칸유니스 그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했다.

유엔은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약 80%가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해 강제로 피난을 떠났다고 추산했다. 피난민이 남부로 몰려들며 일부 보호소는 수용 인원의 36배 이상을 받아들인 상황이다. 연료와 구호품 반입까지 휴전 이전 수준으로 차단된다면 더 큰 민간인 피해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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