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집트 카이로에서 휴전 협상이 열린 당일 하마스 소탕전을 마무리하기 위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를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즉각 이스라엘의 계획을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8일(현지시간)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휴전 협상에 관해 보고를 받았다”며 “우리는 최우선 과제인 인질 석방과 완전한 승리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승리를 위해서는 라파에 진입해 테러 부대를 제거해야 한다”며 “이 작전은 반드시 실행할 것이다. 우리는 날짜도 잡았다”고 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공격 날짜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접경한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하마스 지도부와 잔당이 은신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 같은 발표는 휴전 협상이 이뤄진 당일 나왔다. 이집트 알카헤라 채널이 이집트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휴전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 모든 협상 당사자가 기본 사항에 합의했다”고 보도했으나 협상 진행 상황을 두고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1개 여단을 제외하고 98사단을 비롯한 지상군 대부분을 철수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측은 철수 이유를 병력 휴식, 임무 완료 등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라파 공격 가능성을 다시 꺼낸 것은 이스라엘 내부에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그가 지지 세력인 극우 인사들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네타냐후 총리의 이번 발표가 이스라엘 극우 세력이 가자지구 일부 병력을 철수한 것에 대해 맹렬히 비난한 뒤 나왔다고 전했다. 극우로 분류되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전날 엑스에 “만약 네타냐후 총리가 대규모 군사작전 없이 전쟁을 끝내기로 한다면 그는 총리직을 계속 유지할 권한이 없다”는 글을 올렸다.
전쟁이 6개월째 지속하자 네타냐후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이 지난 7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42%는 네타냐후가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답했고, 29%는 ‘전쟁이 끝난 후 사임해야 한다’고 답했다. 선거 시점과 관련해선 66%가 ‘조기 선거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라파 공격 계획을 밝히자 국제사회는 그를 비난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전면적인 라파 공격이 그곳 민간인들에게 막대한 해를 미치고 궁극적으로 이스라엘의 안보를 해칠 것이라 생각한다는 점을 이스라엘에 분명히 해왔다”며 “하마스 대대를 분해, 해체, 타도하는 목표를 달성할 더 나은 방법이 있다고 본다는 점도 밝혀왔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이날 미 워싱턴포스트와 프랑스 르몽드, 요르단 알 라이, 이집트 알 아흐람 등 4개 신문에 실린 공동 기고문에서 “우리는 팔레스타인 주민 150만명 이상이 피란한 라파를 이스라엘이 공격할 때 벌어질 위험한 결과에 대해 경고한다”고 밝혔다.
세 정상은 “이러한 공격은 더 많은 죽음과 고통만 가져올 뿐이며 가자 주민들의 대규모 강제 이주와 역내 긴장 고조의 위험성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가자지구 전쟁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지체 없이 이행돼야 한다며 하마스에 억류된 모든 인질의 석방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