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이스라엘이 직접 충돌한 이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일거양득’한 모양새다. 네타냐후 총리와 연립정부 지지율은 이란의 본토 공습 후 반등했다. 네타냐후 내각은 이란에 다시 반격하는 과정에서 이란의 핵시설 인근 방공망만 정밀 타격하는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으로 급락했던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이 최근 이란과의 대립으로 상당 부분 회복됐다고 보도했다.
집권 리쿠드당을 중심으로 한 연립정부와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은 지난 13일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타격한 때를 기점으로 상승했다.
이스라엘 설문조사업체 라자르가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 총선을 실시할 경우 연립정부가 차지하게 될 예상 의석은 120석 중 50석으로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와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야당 연합의 예상 의석은 65석으로 연립정부에 앞섰지만, 양측의 격차는 6개월 만에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지난해 10월 둘째 주 연립정부와 야당 연합의 격차는 32석이었다.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은 37%로 일주일 전에 비해 2%포인트 올랐다. 이로써 네타냐후 총리와 정치적 경쟁자인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의 지지율 격차가 일주일 만에 12%포인트에서 5%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보복 공습하면서 국제사회와 이스라엘 시민들의 관심사가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대이란 정책으로 옮겨졌고,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 대응’ 기조가 대이란 정책에 한해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이 상대국 본토를 직접 겨냥한 공격을 주고받으며 대립하면서 네타냐후의 입지가 공고해졌다고 전했다.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인들의 두려움이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가 벌어지자 네타냐후 총리가 그간 구축해온 강경 이미지가 유리하게 작용했고, 그가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실패했다는 인식이 희미해졌다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전기 작가인 마잘 무알렘은 “이번 주는 지난해 10월 이후 네타냐후 총리에게 최고의 일주일이었다”며 “우리는 모두 핵무기를 가졌을지도 모르는 이란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번 주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별명)가 (지지율을) 회복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감행한 대이란 반격 결과 역시 네타냐후 내각의 체면을 살렸다.
NYT는 서방국과 이란 관리 등 4명을 인용해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의 핵 농축시설이 있는 이스파한 나탄즈 인근의 대공 방어 시스템이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NYT는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실제로 이스파한 셰카리 제8 공군기지에 있는 S-300 레이더가 손상돼 있었다고 했다.
NYT는 이번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란에는 강력한 경고를 하면서도 군사적 충돌을 크게 키우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NYT는 “공군기지의 다른 구역과 인근 공항 등엔 피해를 주지 않고 대공 방어 시스템만 정밀하게 타격했다”며 “이스라엘은 ‘이란의 대공 방어 시스템에 탐지되지 않고 해당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계산된 공격을 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소형 드론 여러 대와 미사일 최소 1기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며, 미사일엔 이란의 레이더를 회피할 수 있는 기술이 탑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국면에서 NYT는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최근 하마스 기습 공격에 대한 책임론이 정치·군사 지도자에게 분산되고 있는 점, 야당 간츠 대표도 전후 가자지구 전략에 관해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도 향후 지지율 반등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일부 정치 분석가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 생명 부활’을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봤다. 네타냐후 총리와 연정 지지율은 여전히 야당과 경쟁자들보다 뒤진 상태이고, 하마스로 끌려간 인질을 데려오라며 휴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