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대까지 파묻혔다” 에티오피아 산사태로 최소 229명 사망

최혜린 기자
에티오피아 남부 고파의 산악 마을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다음날인 23일(현지시간) 사람들이 사고 현장에 모여 있다. 신화연합뉴스

에티오피아 남부 고파의 산악 마을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다음날인 23일(현지시간) 사람들이 사고 현장에 모여 있다. 신화연합뉴스

에티오피아 남부의 산간 마을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최소 229명이 숨졌다. 험한 지형 탓에 수색 작업이 길어지는 가운데 사상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이 같은 재난이 동아프리카 일대에서 점차 잦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서남쪽으로 450㎞가량 떨어진 고파의 한 산악지대에서는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폭우에 따른 산사태가 발생해 수백명이 매몰됐다. 고파 지역 당국은 이날까지 총 229구의 시신을 수습했으며, 수색 작업이 진행 중어서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산사태는 두 번에 걸쳐 발생해 인명피해를 키웠다. 지난 21일 밤 처음 산사태가 발생해 55명의 사망자가 나왔는데, 구조작업이 시작된 다음날 아침 한 번 더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사망자가 크게 늘었다. 이때 구조대를 포함해 수색을 돕기 위해 나선 지역 의사와 교사, 공무원 등이 다수 숨졌다고 현지 당국은 밝혔다.

한 남성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남부 고파의 산사태 현장에서 생존자를 찾고 있다. 고파지역정부 공보실|AP연합뉴스

한 남성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남부 고파의 산사태 현장에서 생존자를 찾고 있다. 고파지역정부 공보실|AP연합뉴스

구조대는 실종자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딴 마을에서 피해가 발생한 데다 산세가 험해 중장비를 동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마을 주민들도 나서 맨손으로 흙을 파내고 있으며, 구조대원들은 괭이와 삽으로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구조대가 흙을 파낼 때마다 곳곳에서 통곡하는 소리가 들렸고, 가족들의 시신을 껴안고 울부짖는 아이들도 있었다고 AP통신이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구조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견된 생존자는 총 10명으로,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는 성명을 통해 “끔찍한 사건에 애도를 표한다”며 중앙정부의 재난대응팀을 사고 현장에 급파하겠다고 밝혔다. 에티오피아 출신인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의료 지원팀을 파견하겠다고 했다.

에티오피아에선 우기인 7~9월 사이에 폭우와 산사태가 자주 일어난다. 그러나 산사태 피해의 규모와 빈도가 늘어난 것은 기후변화에 따른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적십자 기후센터의 앤드루 크뤽츠키빅스는 뉴욕타임스에 “지리적으로 동아프리카 일대는 극단적인 날씨가 자주 나타나는 지역”이라며 “최근에는 지구온난화까지 더해지면서 날씨가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파 지역 공무원인 다그마위 아옐레도 “비교적 산사태가 드물었던 지역에서도 재난이 발생하는 추세”라고 에티오피아 국영 EBC방송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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