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 고위급 교체에 익숙
하니예 공백 크지 않을 듯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피살된 이후 누가 하마스를 이끌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차기 지도자가 가자지구 전쟁에 어떠한 전략을 택할지는 불투명하다.
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슈라 위원회’는 카타르에서 하니예의 장례식이 끝난 후 후계자를 정하기 위한 회의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슈라 위원회는 새로운 정치국원 15명을 선출하고, 이들이 정치국장을 뽑는다. 위원회 구성은 비밀이지만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 팔레스타인 수감자 등이 하마스의 여러 지부를 대표한다. 이들은 약 60명으로 추정된다. 다만 슈라 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기 전 미리 후계자를 합의해 발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후계자 후보로 우선 가자지구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62)가 꼽힌다. 신와르는 지난해 10월7일 기습공격을 설계한 인물로, 전쟁의 지속 여부 및 방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행보가 드러나지 않았으나 가자지구 지하 터널(땅굴)에 은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월 이스라엘군은 터널 속 일가족의 모습을 공개하며 그중 한 명이 신와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다른 후보로는 하니예 직전에 정치국장을 지낸 칼레드 메샤알(68)이 언급된다. 메샤알은 고위급 회의 등에서 하니예 옆에 배석한 모습이 다수 확인됐다. 하마스 최대 후원자인 이란과 껄끄러운 사이라는 점은 한계로 평가된다. 하마스의 재정을 관리해 ‘하마스의 최고경영자(CEO)’로 불리는 자헤르 자바린(55), 하니예의 측근으로 내부 실세인 칼릴 알하야 대변인(64) 등도 거론된다.
새 하마스 지도자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지속할지 아니면 정치적 타협에 나설지를 결정해야 한다. 내부 강경파의 입지가 더 세질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하마스는 이전에도 이스라엘이 살해한 고위급 인사를 신속하게 교체한 경험이 많다. 하마스에 정통한 작가 이브라힘 마드훈은 “하니예 피살은 큰 타격이지만 하마스는 과거에도 이런 상황에 직면한 적이 있고, 그때 더 강해졌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한편 이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알카삼 여단을 이끌던 모하메드 데이프가 가자지구 공습으로 사망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데이프는 1987년 하마스 창단부터 함께해온 하마스의 ‘브레인’으로 하마스 병력을 크게 증강시킨 인물로 꼽힌다. 생전 이스라엘의 ‘수배 1순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