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야 암살 후 확전 위기 최고조…이란 공격 수위 촉각
후티 반군 등 ‘저항의 축’ 결집 땐 이스라엘 방공망 한계
자국 수도에서 벌어진 하마스 최고 지도자 암살 이후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며 중동 확전 여부를 좌우할 이란의 보복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강경 대응을 자제하라는 아랍권 국가들의 요청에 “전쟁도 개의치 않는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이스라엘은 이란의 ‘악의 축’에 맞서 이미 다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적들은 우리를 겨냥한 모든 공격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우리는 가자지구, 예멘, (레바논) 베이루트 등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장거리 공습이 가능하다”라고도 경고했다. 와이넷 등 일부 이스라엘 언론들은 한발 더 나아가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선제 타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가자지구 전쟁 휴전 노력에도 이스라엘이 이란 내에서 하마스 수장을 암살하는 일종의 ‘도발’을 감행하면서 역내 확전 위기감은 최고조로 치솟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 방어를 위해 군함과 폭격기 등을 급파하는 한편 이날 백악관 안보회의를 소집했다.
‘피의 보복’을 천명한 이란이 어떤 수위로 보복에 나설지가 확전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하라카트 헤즈볼라 등 역내 대리세력을 총동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는 현 상황에서 이란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행동’으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대리세력, 이른바 ‘저항의 축’을 총동원한 대규모 드론·미사일 공격을 꼽았다.
친이란 무장세력 가운데 헤즈볼라의 군사력이 가장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란의 ‘아껴둔 카드’라는 평가를 받는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으로 최고위급 지휘관이 사망하면서 총력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는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정한 대응”을 하겠다며 이스라엘이 베이루트의 민간인 건물을 표적으로 삼은 것에 비례해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스라엘과 직접 대결하는 대신 대리세력을 통한 ‘그림자 전쟁’을 치러온 이란은 지난 4월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을 폭격하자 같은 달 13~14일 이스라엘을 향해 320기가 넘는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하는 등 보복에 나섰지만 이스라엘은 미국 등의 도움으로 이 가운데 99%를 요격하는 등 이란의 공격을 거의 피해 없이 막아냈다. 그러나 이란과 여러 무장세력이 동시다발적 공격에 나설 경우,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방공망이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쟁연구소는 이란이 이스라엘 방공망 교란을 위해 타격 지점을 늘리거나, 하루에 그치지 않고 연속해서 며칠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또 미군의 이스라엘 방공 지원을 막기 위해 시리아 동부에서 미군을 동시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란이 지난 4월 공격 때처럼 이스라엘의 군사 거점만 겨냥할지 혹은 민간지역까지 공격 범위에 넣을지도 확전의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후자라면 이스라엘 역시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고 양측의 전면전이 불가피하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알마는 이란이 이스라엘 내 주요 군 시설뿐만 아니라 지중해 경제수역에 위치한 가스전 등 주요 인프라와 민간 시설도 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란이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미국까지 전쟁에 끌어들이려는 네타냐후 총리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복수에 나서 체면은 차리되, 확전은 피하는 제한적인 공격을 할 가능성이 일각에서 거론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이 즉각 보복 공격에 나서지 않은 것이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시간을 벌어주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지난 4월에는 이스라엘의 이란 영사관 폭격부터 이란의 보복까지 약 2주가 소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