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 백신 접종 캠페인 와중 가자 곳곳 공습
서안지구에선 미국인 활동가 시위 도중 총격 사망
이스라엘에선 75만명 집결 또 최대 규모 시위
25년 만에 소아마비 환자가 발생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국제사회의 노력 끝에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또다시 가자지구 전역을 폭격해 사상자가 속출했다.
가자지구 보건 당국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전역에서 31명이 사망했다. 전날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까지 더하면 이틀 새 최소 64명이 숨졌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유엔 주도로 소아마비 백신 접종이 진행되는 9일간 접종 지역에서 매일 9시간(오전 6시~오후 3시) 일시적으로 교전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백신 접종은 지난 2일부터 중부-남부-북부 순으로 3일씩 진행되며, 8일부터는 북부에서 접종이 시작된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5일 중부에서 접종 작업이 끝나자마자 중부 알아크사 병원 일대를 폭격했다. 북부에서 접종이 시작되기 하루 전날인 7일에는 북부 피란민 대피처로 쓰이는 학교 2곳을 공습해 최소 12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학교가 하마스의 근거지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구호 단체들은 학교 부지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해오던 피란민들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최근 이스라엘군이 작전 강도를 높이며 긴장감이 커지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선 튀르키예계 미국인 여성 활동가가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날 서안지구 베이타 마을에서 평화 활동가인 아이셰누르 에즈기 에이기(26)가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장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던 중 이스라엘군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사망했다.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는 에이기는 최근 워싱턴대를 졸업하고 친팔레스타인 단체인 국제연대운동의 자원봉사자로 서안지구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총격은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평화 활동가들이 기도회를 마친 후 평온한 상태에서 이뤄졌다. 사건 이후 이스라엘 군인들이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총격 당시 영상을 찍었는지 확인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스라엘군의 불법적인 폭력으로 가족을 잃었다”면서 “아이셰누르는 이스라엘군 사수의 총에 맞았을 때 평화를 위해 정의롭게 서 있었다”고 규탄했다.
미 백악관은 자국민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이번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외교부는 이번 일이 이스라엘군이 저지른 ‘살인;이라고 규탄하며 가해자를 법정에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베이타 마을에서 총격으로 외국인 1명이 사망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군인들에게 돌을 던지고 위협을 가하는 등 폭력 행위를 한 선동가들에게 총격을 가했다”며 “사건 내용과 정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모두에서 희생자가 속출한 가운데 이스라엘에선 주말을 맞아 휴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주최 측은 텔아비브에서 50만명이 집결했으며, 전국적으로는 75만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역대 최대 인파가 몰렸던 지난 2일 시위(주최 측 추산 70만명)보다 규모가 더 커진 것이다.
이스라엘에선 지난달 31일 하마스에 납치됐던 인질 6명이 시신으로 발견된 후 인질 석방 및 휴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수일째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