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제한적 지상전” 선포…북부로 전선 확대
헤즈볼라, 레바논 진입 부인…WSJ “지상전 규모 커질 수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을 넘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표적으로 지상전을 개시했다.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국경을 넘으면서 중동 지역 내 확전 위기가 최고조로 치닫는 모습이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오전 성명을 내고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의 헤즈볼라 목표물을 제거하기 위해 제한적이고 국지적이며 표적화된 ‘지상 습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제한적’ 등의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2006년 이후 18년 만에 레바논에서 지상전을 개시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스라엘군은 “공격 목표는 이스라엘 북부 마을에 즉각적 위협이 되는 여러 레바논 마을 내 헤즈볼라 표적과 기반 시설”이라며 “공군과 포병대가 레바논 내 작전 중인 지상군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3일 헤즈볼라를 상대로 시작한 ‘북쪽의 화살’ 작전을 언급하며 “기존 작전은 상황에 따라 계속될 것이며, 가자지구 등 다른 전선에서의 교전과 병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예멘 후티 반군 등 이란을 주축으로 한 중동의 반이스라엘 무장조직 연대인 ‘저항의 축’과 3면전을 이어갈 것이란 뜻으로 볼 수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상군을 투입하면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남부 시돈 인근 아인 엘 힐웨 팔레스타인 캠프 등에 대한 공습도 감행했다. 캠프 공습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집권당 파타와 연계된 무장조직 ‘알아크사 순교자 여단’의 레바논 지부 사령관인 무니르 마크다를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다의 신변은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이스라엘 내각은 전날 밤 긴급회의를 열어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 작전의 ‘다음 단계’를 승인했다. 이후 이스라엘군 북부사령부가 레바논 국경 인접 지역 3곳을 군사 제한구역으로 선포했다. 레바논 정부군은 이스라엘 접경지 여러 지점에서 최소 5㎞ 후방으로 병력을 철수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후 국경 너머 레바논 와자니, 마르자윤 등 남부 지역에 강도 높은 포격을 퍼부으며 지상전 시작을 알렸다. 일부 지역에선 대규모 전차포 발사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알자지라 등은 “이스라엘 탱크가 마을 여러 곳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남부 접경 마을 20여 곳의 주민에 대해 “안전을 위해 즉시 대피해야 한다”며 소개령을 내리기도 했다.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지상군의 레바논 진입을 부인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모하마드 아피프 헤즈볼라 대변인은 “아직 이스라엘군과 직접적인 지상 충돌을 벌인 적이 없지만 그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의 정보기관 모사드 본부를 미사일로 공격하기도 했다. 아피프는 이 공격을 두고 “시작에 불과하다”고도 경고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이 국경 근처로 최소 120대의 탱크·장갑차 등을 집결시키는 등 작전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상전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도 전면전 가능성에 대비해 중동 지역에 추가 병력을 파견하기로 했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대변인은 F-15, F-16, F-22 전투기 등을 비롯해 중동 지역에 수천 명의 추가 병력을 파병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병력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미 정부 관계자는 약 2000~3000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95명이 숨지고 172명이 다쳤다고 1일 밝혔다.